
지구촌 최대의 겨울 축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한창이지만 대한민국은 유독 조용하다. 예년 같으면 온 거리가 응원 열기로 뜨거웠겠지만, 이번엔 "올림픽이 시작된 줄도 몰랐다"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한 JTBC와, 재판매 협상 결렬 후 '보도 보이콧'에 가까운 대응으로 일관하는 지상파 3사(KBS·MBC·SBS)의 '치킨게임'이 빚어낸 사상 초유의 '침묵 올림픽'이다.

정확한 액수는 비공개지만, 당시 지상파 연합이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높은 수천억 원대의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서의 도약을 노린 승부수였으나, 동시에 승자의 저주를 예고하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명분은 '절차'였다. KBS와 MBC가 입찰참가의향서는 냈지만, 이후 필수 절차인 '비밀유지협약서(NDA)'를 마감 시한까지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PSI 측 관계자는 "마감 시한을 어긴 건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이런 태도는 2036년 올림픽 유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국익' 프레임까지 꺼내 들었다. 책임의 화살을 지상파로 돌리는 전략이었다.

특히 지상파 3사는 PSI가 제시한 입찰이라는 중계권 재판매 방식과 조건도 문제 삼고 있다. 해당 조건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개별 구매할 수 없고 패키지로만 입찰해야 하며 , 선호도가 높은 2030~2032년 대회를 구매하기 위해 2026~2028년 대회를 강제 구매하도록 무리한 끼워팔기를 하고,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한 지상파 3사의 공동 협력까지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그룹은 지상파 3사의 연합체인 '코리아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지상파끼리 뭉쳐서 "한 방송사가 단독으로 계약하면 위약금 300억 원을 물린다"고 약속한 것이 시장 교란 행위이자 '담합'이라는 주장이다. 지상파의 단결력을 깨뜨리겠다는 의도다.
반대로 지상파 3사는 중앙그룹의 '패키지 판매(올림픽+월드컵 묶어 팔기)' 방식 등이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한다며 '입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비록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양측이 서로의 급소를 노리고 칼을 겨눈 형국이다.

단독 중계 체제는 인력과 장비 측면에서도 한계를 드러내며 콘텐츠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상파 3사의 방대한 올림픽 관련 콘텐츠가 빠지자, "볼 게 없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지상파가 보유한 방대한 아카이브와 제작 노하우가 빠진 상황에서, 시청자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키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지상파는 제작비 부담 없이 기존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을 유지하는 ‘가성비 전략’을 취한 반면, JTBC는 비용 부담만 떠안은 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론 역시 냉담하다.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를 충분히 접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독점 사업자인 JTBC로 향하고 있으며, 보편적 시청권 훼손 가능성에 대한 규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스포츠 중계권 독점 구조 자체를 제한하거나 재판매를 강제하는 제도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JTBC는 지상파 3사가 '카르텔'을 형성해 고의로 보도를 축소하고 뉴스권 구매조차 거부하며 '올림픽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 3사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JTBC의 '무능한 독점'으로 규정했다. MBC는 "국민이 올림픽이 하는 줄도 모른다"며 시청권 침해 현실을 꼬집었고, SBS는 "비싸게 산 비용의 적자를 왜 우리에게 떠넘기냐"며 '적반하장' 프레임으로 응수하는 등 공개 저격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이 진흙탕 싸움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JTBC는 '시청률 1%대'라는 흥행 참패와 막대한 적자를 떠안게 됐고, 지상파는 '공영성 외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리하자면 JTBC는 지상파의 항복을 받아내려 했고, 지상파는 JTBC가 망하기를 기다리는 치킨게임을 벌인 셈이다. 두 거대 미디어 그룹의 자존심 싸움에 국민의 볼 권리만 볼모로 잡힌 꼴이다.
이번 '밀라노 대치'는 2032년까지 이어질 장기전의 서막일 뿐이다. JTBC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독점'을 고수할지, 아니면 백기를 들고 지상파와 다시 손을 잡을지, 미디어 업계의 지형도가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요동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