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강남대 법행정세무학부 교수(한국경영법률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日은 핀테크 등 다양한 자회사 허용
규제 완화해 소비자 편익 제고해야

금융 당국은 지난해 3월 제7차 보험개혁 회의에서 보험사들의 요양사업 진출을 적극 장려하겠다고 하면서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해 보험 자회사 및 부수 업무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종 규제와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해 시장 진출 여건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초고령화에 따른 보험 수요 감소와 보험 상품에 대한 선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보험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요양 사업 진출에 중점을 둬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보험업과 연계 효과가 큰 업무 중심으로 자회사 및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요양 산업의 경우 전문 인력 양성, 요양 시설 운영과 헬스 케어 등 건강관리 서비스 등과 연계 가능한 시니어 푸드 제조 및 유통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넓혀야 한다. 나아가 요양 자회사가 개인별 데이터에 기초하여 질환별 영양 관리, 요양 상태에 맞춘 단계별 식사 등을 제공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일본 보험업법은 생명‧손해보험회사, 소액 단기 보험회사, 은행, 보험업‧은행업을 영위하는 외국회사 등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 외에 종속 업무 자회사, 금융 관련 업무 자회사, 신규 사업 분야를 개척하는 회사로서 내각부령에서 정하는 회사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법 제106조 제1항).
우리 보험업법상 신고 대상 업무와 유사한 성격으로 이해되는 종속 업무 자회사 및 금융 관련 업무 자회사만 하더라도 내각부령에 각 24개호 및 45개호로 다양하게 열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열거된 업무에 준하는 업무로 금융청 장관이 정하는 업무’ 및 ‘열거된 업무에 부대하는 업무’ 역시 영위할 수 있다.
기존에 열거된 회사 외에 일본은 2019년부터 이른바 ‘보험업 고도화(高度化) 등 회사’를 도입했다(일본 보험업법 제106조 제1항 제16호). 도입 당시 ‘보험업 고도화 등 회사’는 “정보통신기술 또는 기타 기술을 활용하여 보험회사가 수행하는 보험사업의 고도화 또는 해당 보험회사 이용자의 편의성 향상에 기여하는 사업 또는 이에 기여하거나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규정, 핀테크 기업 등을 추가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됐다.
이 같은 개정 배경에는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면서 일반 사업자나 핀테크 사업자를 중심으로 예전에 없던 편의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가 출현하는 가운데, 보험사와 같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오히려 기존 업무 규제로 인해 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이들이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2021년에는 ‘보험업 고도화 등 회사’의 범위에 “지역사회 활성화, 산업생산성 향상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에 기여하거나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가 추가됐다. 이는 금융 기관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디지털화 등 변화된 사회 환경 하에서 금융 기관이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고려 하에 보험회사가 핀테크 기업 외에도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시도는 유사한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험사는 보험업법 제115조와 보험업법시행령 제59조에 명시돼 있는 사업에 제한하여 자회사를 설립‧운영할 수 있는데, 보험업법 및 시행령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의 취득은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보험 산업 발전은 물론 소비자 편익 제고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점은 우리의 보험업법상 열거주의식 자회사 규제 방식이다. 자회사 업종 관련 열거주의 규제로 인해 기술‧사회 발전에 따른 신규 업종 출현 등 환경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령화 현상 등 인구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전혀 해소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영국‧독일처럼 자회사 업무 범위 규제를 포괄주의로 전환하거나 일본처럼 현행 열거주의를 유지하되 현실을 반영해 업무 범위를 대폭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발전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열거주의식 규제가 아닌 현실에 맞는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겠다.
< 유주선 강남대 법행정세무학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