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통 발전 막는 ‘유통발전법’ 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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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지난해 11월에 터진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태는 해가 바뀌었음에도 정확한 유출 경로와 피해 범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발표에 따르면 유출된 고객 정보는 3300만 명으로 전 국민의 64%에 달하며, 스마트폰 활용도가 낮은 저연령 인구와 고령 인구를 제외하면 경제인구의 대다수를 유출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쿠팡 사태는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책임과 중요성에 대한 전 국민 관심도가 높아진 계기로 작용함과 동시에 국내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독점적 지위와 영향력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쿠팡이 국내 유통시장의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주요 동력은 배송서비스 혁신과 고객 니즈를 공략한 멤버십 서비스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기존 유통시장 강자였던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왜 쿠팡의 독주를 막지 못했을까.

오프라인 기업의 관점에서 내·외부적으로 두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내부적 원인으로는 이커머스 등장으로 유통채널 선택의 핵심 요인이 상품과 가격에서 배송으로 넘어갔음에도 안일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던 것으로 보인다.

유통중심 바뀌는데 대형마트 규제 지속

동시에 외부적 원인으로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발전법)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본다.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유통발전법으로 인해 배송서비스 대응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역차별적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유통발전법은 1997년 유통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목적으로 제정된 후 다양한 개정을 거듭해왔다. 특히 14년 전인 2012년에 대기업 유통업체로부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개정된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해 월 2회 의무 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당시 시장 지배적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일부 시행을 하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대형마트의 유통시장 장악력이 높아 상대적 약자인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큰 논란 없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문제는 시대가 변하면서 십여 년 전 제정할 당시의 법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최근의 유통환경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급변하고 있으며, 산업생태계와 시장 질서도 재정립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주요한 변화로는 유통시장의 중심이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 유통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은 10% 아래로 추락한 반면 이커머스는 60% 가까이 급성장하였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장기적인 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어 경쟁력을 높여, 지역의 대표 상권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법 제정 당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으로 이루어진 유통산업의 지형이 이커머스의 등장과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재구조화된 것이다.

이렇게 재편된 유통시장의 지형을 유통발전법에 대입해 새로운 법체계를 마련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11월 유통발전법 일몰 시기에 맞춰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개정안을 마련할 수 있었으나, 국회는 효력 기간을 2029년으로 연장하는 선에서 그쳤다. 급변하는 유통시장 변화에 적합한 규제와 제도 설계를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한 결정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론적인 접근이지만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규제가 오히려 유통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여 시장 질서에 의한 상호견제와 균형적 발전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되었다.

야간영업 제한·강제 휴일 규제 풀어야

온·오프라인 유통기업 간 배송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은 유통발전법 규제에 막혀 야간 배송서비스를 할 수 없고, 이커머스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자체적 경쟁력과 함께 무주공산의 이점까지 꿰차고 있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이제 쇼핑은 더 이상 차를 타고 물건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닌,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몇 번의 터치로 수시간 내에 문 앞까지 배송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소비 습관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는 대형마트가 누려온 ‘영광의 시대’의 막을 서서히 내리게 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유통발전법의 개정을 통해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간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발목을 잡아 온 야간영업 제한과 강제 휴일 제재를 폐지해 이커머스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워야 한다.

온·오프라인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은 좋은 상품과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을 이끌어 소비자인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변화한 유통시장과 소비 환경을 고려하여 법제도의 정비를 통해 시장 질서에 의한 차별 없는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감시와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러 관심이 쏠리고 있는 유통발전법에 대한 논의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과 같이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논의와 속도감 있는 대응을 통해 유통시장의 경쟁 질서를 바로잡을 때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더욱 큰 부작용과 역효과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물론 그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더 이상 사후약방문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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