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JTBC 단독 중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개막했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데요. 올림픽이 시작되었는지 몰랐다는 반응들도 많죠. 과거 대회 때마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던 ‘올림픽 시즌’ 특유의 공기 역시 거의 감지되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단순 체감을 넘어 수치로 확인되는데요. 7일(한국시간) 새벽 JTBC가 단독 생중계한 개회식 시청률은 1.8%(닐슨코리아). 지상파 3사가 공동 중계했던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시청률 3.0%보다도 낮은 수치죠. 물론 하계 올림픽보다 다소 관심도가 낮고, 지상파 중계가 완전히 빠진 첫 올림픽이라는 점, 새벽 시간대 편성이라는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올림픽 개막의 존재감은 분명히 약해졌죠.

올림픽이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은 중계 채널에서 출발하는데요. 이번 대회는 지상파 3사가 중계에 참여하지 않는 동계올림픽입니다. 과거에는 KBS·MBC·SBS가 각자의 뉴스,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올림픽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자연스러운 이슈몰이를 만들어왔죠. 해설진 구성과 중계 스타일을 둘러싼 비교 소비가 이뤄졌고 주요 경기 장면은 종일 재생산됐습니다. 그러나 단독 중계 체제에서는 이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데요. 켜두면 나오는 콘텐츠가 아닌 의도적으로 찾아봐야 하는 올림픽이 됐죠. 개막식 시청률 1.8%는 이 변화가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변화는 유통·자영업 현장에서 더욱 선명해졌는데요. 과거 올림픽 시즌이면 자연스럽게 등장하던 대규모 할인 행사, ‘올림픽 한정판’ 제품, 응원 마케팅은 이번 대회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올림픽 대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죠.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8시간 시차로 주요 경기가 자정 이후나 새벽에 편성되면서 치킨·맥주 등 야식 수요를 자극하기 어려워졌고요. 장기화한 경기 불황 속에서 기업들은 올림픽을 확실한 매출 카드로 인식하지 않게 됐죠.


그런데 이 같은 ‘노관심’ 분위기와는 다른 장면도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데요. 8일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선에서 김상겸이 은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해당 경기 중계는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4.2%, 분당 최고 8.0%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개막식 시청률과는 전혀 다른 반응인데요. 대한민국 동·하계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이라는 상징성, 선수의 사연, 이번 올림픽 첫 메달이라는 명확한 서사가 맞물리자 시청자들은 즉각 반응했죠. 컬링 믹스더블의 연승,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종목 역시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에서는 뚜렷한 화제성을 보입니다.

“단독 중계라서 조용하다”는 지적은 충분하지 않는데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역시 SBS 단독 중계였지만, 당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은 30~4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올림픽은 전 국민적 이벤트였죠. 차이는 중계사가 아니라 시대 환경인데요. 2010년에는 TV는 영향력이 큰 대형 영상 매체였던데다, 김연아라는 엄청난 스타의 메달 획득을 지켜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죠. 더군다나 스피드스케이팅에 나선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이 연달아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슈성도 커졌습니다. 그야말로 안 보면 대화에서 밀리는 콘텐츠였죠.
반면 2026년의 시청자들은 유튜브, OTT, 숏폼 플랫폼 사이에서 시간을 분산 소비하고 있는데요. 올림픽은 이제 무조건 소비되는 이벤트가 아니라, 볼 이유가 명확할 때만 선택되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정치권에서도 언급됐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요샌 올림픽을 하는데 왜 이렇게 조용한가”라고 반문하며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죠.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국가적 이벤트보다 개인의 삶과 여가를 중시하게 되고, 관심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는 설명이었는데요.
실제로 미국 NBC의 올림픽 평균 시청자 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한국갤럽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조사 또한 ‘동계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는데요. 이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 조사 당시 71%였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선수단은 국외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출전했는데요. 선수들의 경기력과 투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하죠. 메달이 나오는 순간에는 관심이 폭발하지만, 그 열기는 다시 빠르게 흩어지는데요. 관심의 소멸이 아니라 관심이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모두가 동시에 반응하던 국민 이벤트의 시기는 지나갔고 이제 올림픽은 각자가 선택해 반응하는 콘텐츠가 됐는데요. 이러한 변화는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