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지자체에 권한 위임 자율성 제고
공급자 아닌 사용자 중심 추진을

2026년의 화두 중 하나는 지역주도성장이다. 최근 대통령은 혁신도시를 왕복하던 전세버스에 대한 국가지원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수도권 집중이 어제오늘 현상은 아니지만 서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다양한 문제를 파생시키며, 서울과 비서울의 격차는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기에 지역주도성장에 우선순위를 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5극3특 개발이 단순한 과거 회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자리만 옮기면 사람이 따라온다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사용자 중심 사고로 전환이 필수적이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더라도 가족들이 이사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단순하다. 그것은 가족들의 삶의 기반이 서울에 있으며,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이 이를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옮길 직장이 있는가? 자녀들의 경우 서울 등 대도시 대비 교육 인프라에 대한 우려가 크다.
플랫폼 경제의 발전은 메가시티의 출현 및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에 있으면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고,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물품을 쉽게 배송받을 수도 있으며, 중고 거래나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도 훨씬 쉽게 이루어진다. 서울을 대체할 수 있는 도시는 따라서 규모가 커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광역시와 도가 행정 통합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과연 비수도권 4개 권역이 모두 수도권에 필적할 수 있을지는 현실적으로 도전적인 과제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자원을 분산하게 되는데, 이는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여러 개 만들려는 것과 같다. 교수진과 연구비가 분산되면 어느 곳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것처럼 4개 권역에 자원이 분산될 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한편으로는 4개 권역의 성장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도 문제이다. 균형 성장만 추구하면 성과가 나지 않는 지역에도 계속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극3특을 진행한다면 각각의 지방자치단체에 상당한 권한을 주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율성을 크게 높이는 한편, 그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자원을 더 발전된 지역 중심으로 모아줄 것인지에 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간 경쟁이 일어난다면 수도권을 대체하는 메가시티의 출현도 가능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확보가 명분이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보면 일자리의 유치를 통해 지역 개발을 하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인재들이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AI 인프라만 구축한다고 해서 인재가 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 AI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위해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며, 나아가 이렇게 모인 인재들이 폭넓게 교류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
미국 철강산업의 몰락으로 침체된 지역이었던 러스트벨트에서 다시 재도약할 수 있었던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를 비교한 연구를 보면, 대학 기업 시민단체 등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이 계층을 넘어 협력할 수 있었던 곳이 성공할 수 있었다. 예컨대 피츠버그는 카네기멜론대를 중심으로 AI와 로봇 허브로 재탄생할 수 있었는데, 공공과 민간 파트너십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며, 양질의 의료와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기관의 유치뿐 아니라 인재와 그 가족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생활 여건과 인센티브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교육 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고품질 공교육의 제공, 지역적 특성이 옅은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도 이질적이지 않은 문화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역에 의대를 짓되, 입학 시 일정 기간 해당 지역 거주를 조건으로 한다면 의무 복무 없이도 가족 단위 이주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개방적 사고가 지역의 인기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인재를 유입시킬 수 있다.
지역 개발의 주체도 바뀌어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 실제 거주할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행정구역의 인위적 광역화보다 실제 생활권 기반 광역화를 주목해야 한다. 기존 시·도 경계에 맞지 않더라도 하나의 생활권으로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사용자 중심 사고로 수도권 과밀 현상을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