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중앙은행, 금융 기관ㆍ중심지 필요”
“자본 이동 자유화ㆍ태환성이 선결 조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안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명실상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약달러’를 용인한다는 신호를 보낸 가운데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주요 학술지인 ‘추스(求是)’는 전날 “중국이 국제 무역·투자·외환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강한 통화(Strong Currency)’를 구축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논평을 게재했다. 시 주석이 2024년 고위 지방 관료들을 상대로 비공개로 이뤄졌던 연설의 일부가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
FT는 “중국 지도부가 오래전부터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온 가운데 이번 발언은 시 주석이 말해온 ‘강한 통화’의 목표를 가장 구체적으로 정의한 것이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이 구축해야 할 금융 인프라의 윤곽을 제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 주석은 이를 구축하기 위해 △효과적인 통화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중앙은행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고 국제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금융 중심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앞서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지난해 투자자, 규제 당국자, 상하이 지역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위안화가 다극화된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다른 통화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위안화 영향력이 확대된 새로운 글로벌 통화 질서를 예고했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미 달러 약세 속에서 위안ㆍ달러 환율이 7위안 선을 밑돌도록 허용하는 등 완만한 절상에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달러의 안전자산 매력도가 떨어진 현시점에 시 주석의 발언이 공개돼 더욱 주목을 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달러 약세에 “훌륭하다”고 평가한 것을 비롯해 케빈 워시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되고 지정학·무역 갈등이 일어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자산에 대한 노출 정도를 재검토하고 있다.
팬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켈빈 람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글로벌 질서의 변화를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위안화 강조는 최근 국제 질서의 균열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은행의 린 쑹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이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융 시스템에서 자신의 역할을 포함해 여러 글로벌 리더십 역할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듯 보이는, 매우 독특한 시기에 우리가 놓여 있다”며 “위안화의 사용은 앞으로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당장 글로벌 통화로 입지를 구축하긴 어렵겠지만 기존 금융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그룹의 한선린 중국 담당 이사는 “중국은 위안화가 중요한 글로벌 통화가 되기를 원한다”면서 “당장 달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분열되는 금융 질서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전략적 균형추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따른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 등에 위안화 사용을 늘리면서 위안화는 세계 제2의 무역결제 통화로 부상했다. 그러나 공식 외환보유고 내의 위안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은 약 57%(2000년의 71%에서 하락)이며 유로화는 약 20%를 차지했다. 위안화는 1.93%로 여섯 번째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와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를 더 많이 보유하려면 중국이 자본 이동을 자유화하고 위안화를 자유롭게 환전할 수 있는 ‘완전한 태환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의 교역 상대국들은 위안화의 더 큰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저평가된 위안화로 확보한 가격 경쟁력이 중국이 지난해 1조2000억 달러(약 1750조 원)에 달한 사상 최대 무역흑자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