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김영윤의 통일경제] 남북관계 ‘실용적 전환’ 성과 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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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북물류포럼 대표

강대강 대치서 北변화유도 급선무
민간차원 교류협력 선제 조치하고
군사 긴장완화로 대화공간 넓혀야

지난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외교·안보 현안 전반에서 국익과 주권을 기준으로 한 ‘실용적 접근’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통일은 미루더라도 평화적 공존이 가능한 상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하나, “과연 포기하겠느냐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핵심은 결국 움직이지 않는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이다. 대통령은 ‘비핵화 목표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핵무장의 추가 고도화를 막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으나,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정부들의 대북 기조를 이 대통령은 ‘기다리는 전략’으로 평가했지만,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 비핵화 전략 역시 같은 한계를 지닌다.

북한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미사일 문제를 직접적 대상으로 삼아 해결하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이 핵무장을 통해 체제를 보존”하려고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적다. 현 정부가 ‘확고한 방위력과 억지력을 확보하고, 그 기반 위에서 북한과 대화 협의’하려고 하는 것과 같이 북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는 핵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우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첫째, 정부는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민간인의 북한 관광과 의료지원을 위한 방북을 허용하는 정책을 전격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는지 여부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남측이 먼저 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둘째, 북한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아무리 부인해도 북한은 헌법 제4조의 통일조항을 남한의 흡수통일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한 “상대를 인정하고 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을 찾자”는 원칙을 구체화하려면, 북한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신호가 필요하다. 통일부를 교류협력부로 개칭하는 방안은 이러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셋째,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훈련이다. 그들의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인다. 대통령이 무인기 침투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 입장에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랄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지사지로 상대 입장이 돼봐야 조정과 협의도 된다”는 대통령의 말처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여지를 만드는 것이 남북 대화의 공간을 넓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다 주도적이고 강한 대미 외교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의 핵심을 북미 관계에서 찾고 있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피스메이커(Peacemaker)’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 피스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을 추동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주도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한 나머지 실제 남북교류에서는 주도적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동맹은 유지하되, 한국이 스스로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남북관계에서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체감될 것이며,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실용적 접근’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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