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숨 고르기, 국내는 승부수…운용사 전략축 이동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보수 인하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이 코스피200 기반 ETF의 총보수를 0.01%까지 낮추며 포문을 열자, 대형 운용사들도 대표 지수형 상품을 중심으로 보수 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수 운용사는 국내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보수 인하 여부를 놓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결정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패시브 ETF로의 자금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투자자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과도한 보수 경쟁이 업계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하 경쟁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 투자 쏠림을 경계하며 ETF 마케팅 전반에 속도 조절을 주문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가 구조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ETF에 한해서는 투자자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의 출발점은 하나자산운용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최근 ‘1Q 200 액티브 ETF’의 총보수를 연 0.01%로 낮췄다. 액티브 ETF임에도 패시브 상품보다 낮은 보수를 적용한 이례적인 결정이다. 연금 투자자와 장기 투자 수요를 겨냥해 비용 부담을 극단적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하나운용의 이번 선택이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200을 비롯한 국내 대표지수 ETF는 이미 시장 규모가 충분히 커졌고, 보수 인하 여력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대표 지수 ETF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연 0.1%를 웃도는 보수를 유지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장기 투자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데도 대표 지수 ETF 보수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대형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보수 인하 흐름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 인하 경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에는 온도 차도 존재한다. ETF 보수는 운용 보수뿐 아니라 사무관리, 유동성공급자(LP) 비용 등이 함께 묶인 구조여서 단순 인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용업 특성상 고정비 비중이 높아 출혈 경쟁이 이어질 경우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당분간 해외 ETF를 제외한 국내 ETF는 선택적 인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환율 환경과 당국의 해외 투자 관리 기조 속에서, 운용사들이 국내 대표지수 ETF를 중심으로 경쟁의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수 인하가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국내 증시에 장기 자금을 묶어두기 위한 상징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이제는 비용 경쟁과 함께 상품 구조와 운용 전략까지 동시에 평가받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