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중국, 산업 전반에 ‘科技굴기’ 확산
군사역량 강화…사활건 주도권다툼

인공지능(AI) 산업의 진화와 발전이 미·중 간 AI 패권경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추론하고 판단하는 생성형 AI시대가 미국이 주도했다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기타 산업군으로 확산되는 피지컬 AI 시대는 중국이 빠르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나노초 차이로 미국을 쫓아왔다”고 언급할 정도다.
조급한 미국이 AI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제약바이오·에너지·양자·제조·소재 등 핵심산업과 과학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 중앙집권식 AI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11월 24일 이른바, ‘AI판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통합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행정명령인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에 서명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핵무기 개발 경쟁에서 맨해튼 프로젝트가 등장했다면, 제네시스 미션은 중국과의 치열한 AI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AI국가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의미다.
나아가 미 행정부는 1960년대 달착륙을 위한 구소련과의 냉전 경쟁에서 아폴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처럼 제네시스 미션은 향후 연방정부의 모든 과학과 산업자원 인프라가 집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경의 첫 장인 창세기를 의미하는 ‘제네시스’로 명명한 것도 미국이 AI패권을 주도하는 첫 출발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 AI산업굴기와 첨단과학의 성장·발전이 빠르고 위협적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제네시스 미션은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와 연방정부의 데이터 자원을 산·학·연 AI 연구용으로 전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 오픈AI, 엔비디아 등 24개 미국 빅테크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제네시스 미션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추세다. 아마존은 이미 미국 AI 슈퍼컴퓨터 인프라 사업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23일 이른바 ‘슈퍼 AI 시스템’ 또는 ‘AI 과학연구 플랫폼’으로 불리는 자율형 AI 시스템을 공식 가동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의 주도 아래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시스템의 관리감독을 책임진다. 정부 주도 아래 이미 화웨이,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중앙과학기술위원회는 2023년 3월 미국의 대중국 기술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산당 조직으로 중국의 과학기술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스템은 2023년 출범한 국가 슈퍼컴퓨팅 네트워크(SCNet)를 기반으로 간단한 자연어 명령만으로 AI가 복잡한 연구작업 분해, 시뮬레이션 실행, 데이터 분석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과학 보고서까지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학원(CAS) 주도하에 이미 1000개가 넘는 산·학·연 조직이 자율형 AI 시스템을 활용하며 과학과 산업 전반에 AI 접목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자율형 AI 활용 비중을 2027년 전체 산업의 70%, 2030년에는 9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반도체와 AI를 국가안보 산업으로 지정하며 막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AI기술을 다양한 첨단 공정에 접목하고, 이를 통해 과학기술과 첨단제조기술을 내재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생성형 AI 경쟁을 넘어 가격대비 우수한 성능의 제조역량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피지컬 AI 영역에서 미국을 앞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중 양국 모두 표면적으로 과학AI 주도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양국 간 AI 경쟁의 숨은 의도는 자국 첨단기술의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추격하고 있는 중국 군사력 증강을 억제해야 하고, 중국은 AI기반의 첨단 군사력을 통해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과 중국의 슈퍼 AI 시스템 간 치열한 경쟁은 향후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