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톡!] 국세청의 ‘꼬마빌딩 감정평가’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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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세무법인 센트릭 세무사

최근 서울행정법원(2021구합85600, 2025.12.15.)은 국세청의 이른바 ‘꼬마빌딩 감정평가사업’에 근거한 과세처분에 대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판결을 내놓았다. 법률의 명시적 위임 없이 시행령과 내부 지침만으로 상속·증여재산을 다시 감정평가하여 세금을 매기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비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감정평가사업을 시행해 왔다. 고가 부동산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기준시가로 신고되어 상속·증여세가 탈루되는 것을 막고, ‘시가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납세자들에게 이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세금이었다. 상속인은 어떤 재산이 감정평가 대상이 될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세금이 사후에 추가로 부과되었다. 특히 부동산만 상속받아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속인들에게는 가혹한 처분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법원은 국세청에 우호적이었다. 서울고등법원(2023누43466, 2024. 8. 20.) 등은 국세청의 감정가액이 객관적 시가를 반영한다면 그 절차적 미비함보다는 실질적 부합 여부에 무게를 두어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행정부의 편의를 위한 ‘시행령’이 국회가 만든 ‘법률’의 범위를 넘어서서 납세자의 의무를 확장할 수 없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가 법률의 위임 없이 감정평가 대상을 국세청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권한 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본 것이다.

시행령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최종 심판권은 대법원에 있다. 이번 판결은 1심 결과이기에, 향후 대법원에서 이 시행령이 최종적으로 무효로 확정될지가 관건이다. 만약 대법원이 시행령의 위헌성을 확정한다면, 이는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납세자가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설령 대법원에서 해당 시행령이 위법하여 무효라고 판결하더라도, 기존에 부과된 세금이 자동으로 취소되는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시행령이 사후에 위법으로 선언되더라도, 그 하자가 당시에는 명백하지 않았다고 보아 ‘취소사유’로만 취급한다. 즉, 제척기간 내에 적법하게 불복(심판청구,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납세자만이 그 판결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런 대응 없이 확정된 세금은 나중에 시행령이 무효가 되더라도 돌려받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상속·증여를 앞둔 이들은 기준시가와 감정가격 사이에서 어떻세 신고를 해야 할지 세무사와 상담해 대처하는 게 좋다. 강정호 세무법인 센트릭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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