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구조적 공급부족 전망
빅테크 주가 부진 속에서 관심↑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확대로 인한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올해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주목을 덜 받았던 고성능 메모리 생산업체와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가 AI 랠리의 다음 승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실제 미국 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샌디스크 주가는 올 들어 거의 2배 뛰었다. 지난해 8월 이후로는 약 1100% 폭등했다.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도 같은 기간 주가가 세 배로 올랐으며 한국의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기업의 랠리가 가파른 것은 AI 모델이 점점 더 고도화되면서 소비·생성하는 데이터 양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들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는 것은 그간 뉴욕증시 상승을 견인해온 초대형 기술주들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고평가 논란과 과도한 투자 지출 우려로 힘을 잃은 것도 배경이 됐다고 FT는 풀이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기록적인 상승으로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현재는 10월 고점 대비 11% 낮은 수준이다. 또 오라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지난해 11월 이후 신고가를 기록한 기업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유일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메모리 종목의 랠리에 기름을 부었다. 황 CEO는 이달 초 “전 세계 AI의 작업 메모리를 보유하는 일이 머지않아 세계 최대 저장장치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실시간 연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작업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관련 메모리·스토리지 시장이 기존 저장장치 시장을 압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칩 설계업체 ARM의 르네 하스 CEO도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AI에서 쓰이는 고성능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수요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메모리 시장은 역사적으로 몇 년 주기로 공급 부족과 과잉을 오가는 순환성을 보여왔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대규모 증설에 나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신규 공장을 짓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도 부담 요인이다. 이에 기술 전문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의 벤 바자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적어도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픽테자산운용의 아룬 사이 멀티에셋 전략가는 “AI 투자는 더는 관련 종목을 한 바구니에 묶어 들고 가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다”라며 “시장은 승자와 패자를 더 선별적으로 가려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일찍이 예측하고 막대한 수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FT는 “D.E.쇼와 애로우스트리트,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등 유명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3분기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등의 보유 지분을 크게 늘렸다”며 “그들이 지분을 유지한 상태라면 많게는 수십 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