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지수가 4년 만에 종가 기준 1000선을 돌파하면서 다시 천스닥 시대가 열렸다. 과거와 지수 레벨은 비슷하지만, 체급과 유동성, 대표 종목 구성, 제도 환경이 달라지면서 1000포인트의 의미가 달라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시에서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0.48포인트(7.09%) 오른 1064.41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97포인트(1.00%) 오른 1003.90으로 시작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수 급등에 따라 오전 9시 59분 올해 첫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강세를 유지하며 지수 1000선에 안착했다. 시가총액 상위 20종목이 모두 상승 마감했고, 에코프로(22.95%), 에이비엘바이오(21.72%), 레인보우로보틱스(25.97%), 메지온(29.55%) 등은 주가가 20% 이상 급등했다.
이번 1000선 돌파는 2022년 1월 6일 980선으로 내려앉은 뒤 약 4년 만이다. 당시 지수는 2021년 4월 12일 종가 1000.65로 천스닥 시대를 열고, 9개월간 선을 넘나들다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스닥 지수는 다시 천스닥 시대를 열었지만, 같은 ‘1000’이라도 시장 규모가 크게 달라졌다. 마지막 지수 1000을 기록한 2022년 1월 5일 기준 코스닥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436조9190억 원,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넘은 기업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코프로비엠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시가총액이 582조8780억 원으로 약 145조 원 몸집이 불었다. 현재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 시가총액은 21조7230억 원에 달하며 에코프로비엠(20조4400억 원), 에코프로(17조6780억 원), 에이비엘바이오(13조2850억 원), 레인보우로보틱스(13조1730억 원) 등 10조 원 이상 기업이 5개로 늘어났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당시 거래대금은 10조 원 안팎에서 움직였는데, 이달 거래대금 규모는 평균 13조3250억 원 수준이다. 지수가 급등한 이날 거래대금 규모는 25조1780억 원에 달했다. 유동성이 한 단계 커지면 지수의 관성도 강해진다. 같은 매수·매도 충격이라도 시장이 흡수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동시에, 테마 자금이 빠르게 순환하며 변동성을 키우는 구간도 나타날 수 있다.
대표 종목 구성의 결은 변화했다. 2022년 시가총액 상위권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 씨젠 등 바이오와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등 게임‧콘텐츠 성장주가 중심을 이뤘다. 에코프로비엠, 엘엔에프 등 이차전지도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상위권은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에이비엘바이오,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천당제약, HLB 등으로 재편됐다. 바이오 비중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차전지에 더해 로봇(피지컬 AI), 반도체 등이 지수 상단을 함께 구성하게 됐다. 바이오 쏠림 우려는 다소 남아있지만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이차전지‧로봇 등으로 확장돼 성장 가시성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상위 종목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될 경우 지수는 오르더라도 시장 체감은 제한될 수 있어, 대형주 주도 장세가 중소형으로 확산하는지 여부가 ‘천스닥의 지속성’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제도 환경 변화도 과거와 구분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제시하며 코스닥본부의 독립성 강화, 상장·퇴출 구조 재설계, 안정적 기관투자자 진입 여건 조성, 투자자 보호 강화를 4대 축으로 내걸었다.
특히 코스닥벤처펀드와 벤처투자집합기구(BDC)에 대한 세제·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연장, 우선배정 비율 확대, 연기금의 코스닥 참여 유인 강화 등이 함께 언급되면서 기관 수요를 정책적으로 설계하려는 흐름이 부각됐다.
증권가에서는 제도 변화가 실제로 작동할 경우 코스닥 패시브 수요가 늘고, 자금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먼저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관건은 코스닥 신뢰 회복 움직임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지가 될 전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 공급과 더불어 시장 신뢰 개선도 코스닥 활성화에 중요하다”며 “신뢰 개선과 안정적 수급 유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부실기업 조기 퇴출 등 질적 개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