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김한진의 시황읽기] 유동성의 역설 ‘파티 뒤 변동성’ 봐야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 시장 달궈
장기금리 자극…서민경제는 한겨울
주가 높아질수록 경계 신호 살펴야

“유동성이 왕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맞서지 마라. 비싼 주가는 유동성 앞에서 더 비싸질 수 있다.” ‘자산 가격이 비싸 보여도 넘치는 현금 앞에서는 더 비싸질 수 있다’는 논리는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자산시장에서 상식으로 입증되었다. 실제로 팬데믹 초기에 70조 달러 수준이었던 주요 4개국(G4)의 총통화량(M2) 잔액은 최근 100조 달러로 40% 넘게 급증했다. 이는 실물경제의 성장 속도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최근 통화량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이미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은 올해도 글로벌 자산 시장을 뜨겁게 달굴 연료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유동성 관련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 본다.

첫째, 정책 동력이 자산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경기 부양과 유동성 공급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금리 인하 모색, ‘관세’에서 ‘감세’로의 정책 중심 이동, 그리고 장기 국채 매입을 통한 시중금리 하락 유도 중 시장이 반길 만한 ‘유동성 선물 보따리’가 풍성하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올해 증시에 호재이나, 물가상승을 자초하고 달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둘째,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장기금리를 자극하는 부메랑이 될 위험이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미 넘쳐나는 유동성 위에 추가 부양책이 더해지며 경기를 과열시킬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금리 인하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설령 금리를 내려도 실질적인 장기금리는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팬데믹 시기에 느슨한 규제 속에 불어난 무분별한 신용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분야조차 부실 신용이 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AI 프로젝트 상당수가 부채에 기반하고 있어 금리상승은 AI 투자를 위축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위기는 늘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경기가 식기 시작하면 곳곳에 숨어 있던 부실요인들이 일제히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셋째, 한국 경제가 처한 독특한 딜레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올해 유동성을 넉넉하게 풀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압박하는 가운데, 대출 금리는 오르고 수출·내수 및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K자 형 초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연일 고점을 높여 가도, 서민 경제의 체감 온도는 한겨울인 이유다.

가계부채 관리와 원화 가치 방어가 시급한 한국은행으로서는 올해 금리 인하 카드를 선뜻 꺼내기가 어렵다. 증시에는 돈이 넘쳐나지만 아궁이에서 먼 쪽은 여전히 냉골인 ‘전례 없는 불균형’이 지속될 전망이며, 이는 결국 원화 환율을 통해 민낯을 드러낼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 한 해,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증시 열기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을 것이다. 체감 경기는 고용과 내수 부진, 고물가에 묶여 있는 반면, 증시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수출경기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파티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막대한 유동성은 반드시 높은 변동성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경기 양극화가 심하고, 풀린 돈의 양이 클수록 자산시장의 흔들림도 결국 커지기 마련이다.

당장 위기가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수면 아래에서는 역대급 변동성이 잉태되고 있다. 주가가 비싸질수록 시장은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이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순간 그동안 잔잔했던 변동성은 성난 본성을 드러낼 것이다. 과잉 유동성이 보내는 경계 신호를 그 어느 때보다 면밀히 살펴야 할 올 한 해 자산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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