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 지수, 3개월래 최대폭 하락
안전자산 금, 4700달러 첫 돌파
덴마크 연기금, 미 국채 전량 매각
미 vs 유럽 자본전쟁 서막 우려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2.06%)와 나스닥지수(-2.39%)가 전 거래일보다 2% 넘게 빠졌다. 다우지수(-1.76%)도 2% 가까이 후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대규모 관세 인상을 예고하며 증시가 급랭했던 작년 10월 10일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도 전 거래일 대비 0.8% 떨어졌다. 미 국채 매도 압력 속에 채권 금리는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6bp(1bp=0.01%포인트) 오른 4.29%를 나타냈다. 지난해 9월 초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전통적 자산시장이 흔들릴 때 대안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도 3% 이상 하락했다.
반면 대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온스당 4700달러 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70.40달러(3.70%) 뛴 온스당 4765.80달러에 마감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번 셀 아메리카 포지셔닝의 재점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 속에서 그린란드에 파병을 단행한 유럽연합(EU) 8개국을 대상으로 내달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 타격이 됐다. 이에 대응해 EU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보복 차원의 관세와 징벌적 경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덴마크 교육자를 위한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이 미국 국채 보유분 전량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선언하자 유럽의 자본이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자본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카데미커펜션은 이날 약 1억 달러(약 1470억 원) 규모의 미국 국채 보유분을 이달 말까지 전부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위협에서 비롯된 정치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린란드 합병 야욕에 대한 반발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달 조기 총선거를 실시할 방침을 굳힌 가운데 재정 악화 우려로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도 미국채 금리 상승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그린란드 야욕이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에 그치지 않고 외국 정부 및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보유를 재검토하게 해 세계 금융시장 갈등의 새 국면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공세로 인한 자본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예전처럼 미국 자산을 사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그린란드 사안이 단기적인 과잉 반응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시장 영향으로 이어질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리스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린란드 문제와 관세 위협의 재부상이 주식시장의 조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이번 주에 3~5% 하락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놀랄 것”이라고 진단했다.
UBS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현장에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벗어나 자산을 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프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전략가는 “그린란드 긴장을 완화하는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그 과정이 몇 달 걸릴 수 있어 당분간 시장은 높은 변동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헤지펀드 윈쇼어 캐피탈의 차오스옌도 “사람들이 미국 자산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꼬리 위험(tail risk)’이 열렸다”며 “정치적 이유로 일정 수준의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월가의 대형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달러 약세와 유로 강세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크고 신뢰하기 어려운 미국에 대한 노출을 줄이거나 헤지하려는 움직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는 한 달러와 기타 미국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고 장기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논란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작년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수정치, 1월 구매관리자지수(PMI),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보고서 등 이번 주에 미국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지표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또 여러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