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서울과 경기 접경지를 토허제로 묶는 강력한 규제를 내놨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20·30세대의 ‘공포 매수’를 자극하고 있다. 40·50세대가 관망세로 돌아선 사이 자산 사다리가 끊길 것을 우려한 청년층은 부부 중 한 명의 월급을 기꺼이 은행에 갖다 바치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주역으로 올라서는 모습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주택매매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서울 주택 시장에서 30대 매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3.6%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 불장이었던 2021년(35.8%) 이후 4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한 수치다.
특히 10·15 대책 이후인 12월 들어 중저가 지역의 거래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대의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소득 기반이 더 취약한 20대 이하 비중(4.1%)까지 합치면 서울 매수자 10명 중 4명 가까이가 20·30세대다. 경기도도 20·30세대의 매입 비중이 29.6%(부동산원 1~11월 누계 기준)를 기록하며 수도권 전체가 청년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20·30세대의 특징은 단순히 대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우회하고 틈새를 공략하는 ‘학습형 투자’에 나선다는 점이다. 실거주 의무가 까다로운 토허제 구역에서도 경매를 통하면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퇴근 후 부동산 경매 유튜브를 탐독하는 청년들이 많다. 직장인 이 모(34·여) 씨는 “현장을 직접 뛰거나 학원에 가기엔 야근 등 업무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간 영영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유튜브를 보면서라도 ‘규제 틈새’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경매 기초 강의' 등의 초보자를 겨냥한 콘텐츠들이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주말마다 서울 외곽과 경기권 신축 단지를 도는 ‘임장(현장답사) 모임’도 청년층 사이에서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매주 임장을 다닌다는 직장인 오 모(37·남) 씨는 “곧 태어날 아이와 가정을 위해 생애주기에 맞춘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이지만 시장에 매물 자체가 씨가 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정부 대책은 쏟아지는데 현장에서 체감되는 물량은 없으니 결국 직접 발품을 팔아 틈새 매물을 찾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이러한 행보가 주거 불안에 등 떠밀린 사투이자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계산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본지 자문위원인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시장에 진입하는 30대들은 과대 포장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똑똑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0·15 대책 등 정부가 내놓은 공급안의 핵심은 LH 중심의 공공주택인데 구매력을 갖춘 고소득 맞벌이 청년들은 소득 기준이나 청약 가점(저축액)에서 밀려 어차피 분양을 못 받는다”며 “그들에게 공공분양은 ‘남의 떡’일 뿐이기에 차라리 지금 기존 주택을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의 시장 상황을 ‘벼락부자와 벼락 거지의 이중주’라고 정의했다. 박 위원은 “같은 30대 안에서도 부모의 증여를 등에 업은 고소득자와 그렇지 못한 세대 간의 자산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서울 도심의 직주근접 수요를 포기할 수 없는 고소득 맞벌이들이 부모 지원을 더 해 시장 사수에 나선 것이 30대 매수 비중 상승의 실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