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공법학
행안부 소속 관계 설정도 이해 안돼
‘공명정대 권력행사’ 국민에 밝혀야

거악 척결을 부르짖던 검찰의 화양연화도 이제 끝물이다. 척결 대상으로 내몰려 속절없이 난타당하다 결국 이 지경이 됐다. 입법을 장악한 여당은 연이은 특검 시리즈도 성에 안 찼는지 ‘종합특검’이란 희한한 물건까지 만들어 밀어붙였다. 정부가 지난 12일 입법예고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은 가히 공룡검찰 때려잡기의 결정판이다. 여야 없이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권 내에서조차 논란이 들끓었다. 핵심은 ‘중수부 부활론’, 즉 중수청의 검찰 식민지화 우려다.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 검찰은 과거와 다르다’ 했지만 먹히지 않는다. 대통령이 영장권, 기소권도 없는데 제2의 검찰청이라 하는 건 황당하다고 방어했지만, 영장은 검사가 신청한다고 명시한 헌법조항 때문에 직접 영장신청을 못하는 것일 뿐, 중수청은 그 수사권만으로도 막강한 권력이다. 수사·기소 분리로 위상 강화를 기대했던 경찰조차 중요 사건은 중수청이 모두 가져가고 경찰은 찬밥 신세가 된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심지어 검찰개혁 자문위원들이 대거 사퇴하고 여당 대표가 입법예고 단계에서 사과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문제는 ‘검찰과의 전쟁’에 몰두한 나머지 검찰에서 떼어낸 수사권을 어찌할지, 새로 출범할 중수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처방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문기구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됐을지 모르지만, 행정안전부의 공룡부처화에 대한 우려도 응답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고 관료제 틀로 통제하려 들 공산이 크고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불가피한데, 검찰이라는 괴물을 때려잡기만 하면 된다는 건지 그 다음이 없다.
중대범죄수사청이란 무엇인가?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 기능이 부여되어 있지만, 경찰, 그리고 그 소관부처인 행안부 장관과는 어떤 관계인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는가? 임명권자나 행안부 장관의 입김을 벗어나 정권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
행안부라는 행정권력이 본질상 형사사법에 속하는 수사를 지휘·감독한다? 어딘가 어색하다. 이번 중수청법안으로 불거진 문제지만 중대범죄수사뿐만이 아니다. 경찰청을 행안부 소속으로 하는 이상 경찰의 형사사법 수사 일반의 경우도 다를 바가 없다. 행안부 장관의 위상은 모호하지만 막강하다. 수사라는 형사사법 기능이 행정부의 입김, 정치적 영향에 노출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중수청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장치? 그다지 든든하지 않다. 우려가 앞선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행안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수청장과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중수청법안 제5조). 과거 검찰청법 시절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 조항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입법예고안에서 중수청의 수사권이 공정하고 적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행안부 장관에 중수청 지휘·감독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조항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우리는 다 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정치적 중립과 권한남용 방지를 위한 임기 보장과 중임 제한, 중수청장 후보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종래 검찰총장 임명절차와 대동소이한 낯익은 장치들이다. 행안부 장관의 휘하로 돌려 놓았으니 중수청장에 굳이 ‘우리’라는 접두어를 달 필요조차 없을 게다. 공수처법 제22조 같은 정치적 중립 및 직무상 독립 조항이 없다. 중수청에 대해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직무 수행 시 외부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 검찰이 휘둘렀던 그 막강한 (중대범죄) 수사권을 이제는 자신이, 관료제 수하에 장악했으니 큰 문제 없다고 여기는 걸까. 그렇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나중에 정권이 교체되거나 재창출되더라도 결국은 그 칼날을 되돌려 받는 끝없는 악순환의 화근이 된다.
검찰개혁의 대의는 무엇인가. 검찰 개혁의 이름으로 검찰권을 공소권으로 축소하겠다면 경찰권과 검찰로부터 빼앗은 수사권을 모두 지휘·감독하게 된 공룡 행안부가 과연 이 막강한 권력들을 어떻게 할지, 공명정대하게 그 권력이 행사되도록 보장할지, 특히 중수청이 임명권자의 입김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견지해 나가도록 보장할 것인지, 그 의지와 실천방안을 국민에게 소명해야 한다. 사람들은 정부가 괴수잡이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자신이 만든 또 다른 거수(巨獸)를 앞세워 무슨 일을 벌일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거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