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억 미지급 수당 사태…“조사가 해결 지연 리스크”
公기관 지정 앞두고 노조 “지정 해제 등 근본적 제도 개선 필요”

대통령의 ‘공공기관 총액인건비 제도’ 개선 지시에도 IBK기업은행의 임금체불 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780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수당 문제는 행정 절차에 묶여 오히려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노조는 이달 말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13일 전국금융산업노조 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총인건비제 적용 예외와 미지급 수당의 즉각적인 정산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가 제도 검토를 위해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당장 시급한 기은의 임금체불 현안이 오히려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노조는 단기적으로는 780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수당의 즉각적인 정산을,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상 지급 의무가 있는 수당이 재정경제부의 행정지침에 묶여 가로 막힌 탓이다.
총인건비제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임금 총액 상한을 제한하는 제도다. 특히 국책은행의 인상률이 매년 낮은 수준의 공무원 임금 인상률과 연동되면서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현장의 업무 강도를 반영하지 못해 수당 지급 재원이 고갈 되는 구조적 한계를 낳았다. 실제 기은은 매달 직급별로 3급 11시간, 4급 이하 13시간 이내에서만 시간외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를 초과한 근무에 대해서는 수당 대신 휴가로 환산해 부여하지만 노조측에 따르면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영업점 현장에서 이 휴가를 소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미사용 휴가를 수당으로 보전 받아야 함에도 공무원 수준의 인상률에 묶인 총인건비 한도 탓에 이조차 지급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노조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명당 미사용 보상휴가는 약 35일, 전체로는 44만 2965일에 달한다.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2024년 말 기준 미지급 시간외수당 규모는 총 78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600만 원 수준이다.

정부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전수조사를 통한 총인건비제도 재검토에 착수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 331개 산하 공공기관을 상대로 총인건비 제도로 인한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돈이 있어도 주지 못하는 공공기관 문제를 정책실에서 직접 챙기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기은 노조 측은 정부의 총인건비제 전수조사로 이행 시기가 늦춰 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은 노조 관계자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 조사는 환영하지만 2024년부터 제기해 온 미지급 수당 문제는 별도로 즉각 해결해야 한다”며 “전수조사 결과 도출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총파업은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반복되는 총인건비 문제에 벗어나기 위해 작년 1월부터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와 같은 지배구조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대안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할 경영진의 리더십이 공백 상태라는 점이다. 기은은 2일 김성태 전 행장이 퇴임한 이후 김형일 전무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사령탑 부재 속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관철 시킬 창구가 좁아진 점이 갈등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의 수당 지급 의무가 행정 지침인 총액인건비제에 가로 막힌 모순적 상황"이라며 "실무 부처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정책금융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