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톡!] 가업상속공제, ‘해석’이 더 중요하다

김경희 법무법인 세종 세무사

가업상속공제는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는 대표적 세제 혜택이지만, 적용 요건이 복잡하고 정밀해 실무 난도가 높은 제도로 꼽힌다. 많은 경영자는 법령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경영 현장의 다양한 변수를 법 조문만으로 모두 담아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가업상속공제의 성패는 법문 자체보다,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을 세법의 취지에 비추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사업의 영속성 요건인 ‘10년 이상 가업 영위’ 규정이다. 법문상으로는 10년이라는 기간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만, 합병과 같은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경우 해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간 국세청은 합병이 이루어진 경우, 합병법인과 피합병법인 모두 10년 이상의 가업 영위 기간을 충족해야만 가업상속공제 적용이 가능하다는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국세청 서면-2023-상속증여-3832 등).

그러나 최근 사전답변(국세청 사전-2024-법규재산-0514)에서는 이러한 해석을 보완하는 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제시되었다. 피합병법인의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합병 이후 합병법인이 합병 전과 동일한 상호, 업종, 대표이사, 최대주주 등을 유지하고 있다면 기업의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어 가업상속공제 적용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는 세무 행정이 단순한 법 문구의 자구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가업의 승계와 유지라는 제도 본래 목적과 경영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실질적 해석의 혜택은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합병 전후의 경영 실태와 지배 구조, 사업 연속성을 납세자 스스로 논리적으로 정리해 소명해야 하며, 가업상속공제는 감면 규모가 큰 만큼 필연적으로 엄격한 세무 검증이 뒤따른다. 구조에 대한 점검 없이 공제 적용을 시도할 경우, 이후 세무조사 국면에서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법령의 문구만을 기준으로 요건을 과도하게 엄격하게 해석해 실제로는 적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가업상속공제를 포기하는 사례 역시 적지 않다.

가업상속공제는 단순한 절세 수단을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제도다. 따라서 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또는 ‘위험한지’라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현재의 지배 구조와 사업 구조가 세법의 취지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예규 흐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우리 기업에 가장 적합한 해석과 구조를 마련하는 사전 점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김경희 법무법인 세종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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