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뒤엔 돈이 따른다⋯헤지펀드들, 트럼프 ‘돈로주의’ 기회 모색

베네수엘라 출장에 고객 문의 빗발쳐
‘중재 청구권’ 등 틈새 금융상품도 관심
‘돈로 트레이드’ 콜롬비아ㆍ쿠바로도 확장
러·미얀마·이라크 등 투자 실패 사례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여성들이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이 그려진 벽화 앞을 걷고 있다. (카라카스/AFP연합뉴스 )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계기로 이른바 서반구에 대한 미국의 장악 의지, 일명 ‘돈로주의(19세기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가 창출할 투자 기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 급등으로 이미 수익을 올린 헤지펀드와 투자사들은 현장을 방문해 기회를 살필 예정이다.

가령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컨설팅사 시그넘글로벌의 찰스 마이어스 회장은 WSJ에 “베네수엘라 투자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수도 카라카스 방문을 계획 중”이라며 “동행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그넘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도 유사한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이번 베네수엘라 방문에 대한 수요는 당시의 3~4배에 달한다. 또한 헤지펀드·자산운용사·은행·국부펀드뿐 아니라 마이애미의 부동산 개발업자들까지 참가를 원하고 있으며, 석유·건설 등 다양한 산업의 경영진들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소재 트리베카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벤 클리어리 파트너는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미개발 광물 자원에 관심이 있다”며 “사업성을 직접 평가하기 위해 팀을 파견해 수개월간 현지에 머물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는 베네수엘라의 미상환 국채와 관련된 ‘중재 청구권’ 같은 틈새 금융상품을 조사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는 콜롬비아와 쿠바 국채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가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경우에는 투자 기대가 커지며 현지 소형은행 주가가 올 들어 42% 급등했다고 WSJ는 소개했다.

5년 전부터 베네수엘라 채권에 베팅하기 시작한 카나이마캐피털매니지먼트의 첼레스티노 아모레 공동 설립자는 “이것은 우리에게 시작일 뿐이며, 훨씬 더 큰 거래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채권자들은 과거 외국 투자자들에게 다시 문을 열었지만 실패했던 신흥시장의 전례를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과거 투자자들이 러시아·미얀마·이라크와 같은 국가에 몰려들었으나, 분쟁·부패·통화 위기 등의 문제로 인해 베팅이 수포로 돌아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개입주의 외교 정책에 대한 최근의 성공적인 베팅에 힘입어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돈로 트레이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지난해 가을 미국의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 아르헨티나 구제 금융과 트럼프의 우방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측의 중간선거 압승 이후 아르헨티나에 베팅해 큰 수익을 거뒀다.

지난 수년간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 정치적 탄압, 경제 실정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를 투자 금기 지역으로 여겼다. 2017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이후 바닥을 기던 베네수엘라 채권은 주로 신흥시장 전문가나 역발상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WSJ는 “이제 투자자들은 정치 변화, 미국의 개입,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자원에 대한 미국 자본 투자가 결합될 경우 부채 구조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일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전 정권 하에서 침체됐던 다른 산업에서도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얼렌캐피털매니지먼트의 브루노 슈넬러 매니징 파트너는 “많은 신흥국 전문 헤지펀드가 현 상황을 단일 트레이드라기보다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으로 본다”며 “더 많은 정권 교체, 더 많은 정책 충격, 더 많은 강제 매도자, 그리고 더 많은 자본 통제나 재편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돈로주의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유럽 열강의 미주 대륙 간섭을 거부하며 천명한 ‘먼로주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도널드’를 합쳐 만든 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반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걸 억제하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단일 패권’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