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론하며 美정부 대응 촉구도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키맨’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 국회의 쿠팡 규제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3300만 건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론 대신 ‘미국 기업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실상 통상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ㆍ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한국 정치권의 쿠팡 압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 국회의 공격적인 쿠팡 겨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 전체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글 서두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무역 관계의 재균형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한국이 미국 기술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트럼프의 노력을 저해한다면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쿠팡에 대한 제재가 자칫 한미 간 통상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오브라이언은 “미국 기업들이 공정한 처우를 받도록 하고 이 분야에서 날로 커가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의 강력하고 조율된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브라이언은 글에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 국회의 규제 움직임 자체가 문제라는 프레임을 강조했다.
쿠팡은 한국 내 사업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Inc.)’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법적으로 완벽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 아이엔씨는 1월 트럼프 2기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8000만 원)를 쾌척했으며 지난 5년간 미국 내 로비 자금으로만 1039만 달러(약 154억 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오브라이언의 발언은 쿠팡이 공들여온 '워싱턴 네트워크'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3370만 개 고객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름·전화번호·이메일·주소·일부 주문내역 등이 포함됐다. 한국에서는 국회 청문회와 공정위 조사, 집단소송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