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유출보다 무서운 건 ‘침묵’

▲이투데이 생활경제부장 (사진=이투데이DB·고이란 기자)
2025년 대한민국 산업계를 뒤흔든 대표 키워드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실 더 큰 충격은 사고 이후 기업 대응 방식이었다. 대부분 당장 비난이 두려워 제대로 알리지 않으며 시간 끌기를 이어갔다.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최고경영자(CEO)를 넘어 그룹 총수까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끝끝내 ‘침묵’을 택하는 기업도 있었다. 이는 결국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진짜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위기를 초래한 기업의 대표 사례는 쿠팡이다. 쿠팡은 2025년 6월부터 시작된 비인가 접근을 11월 18일에서야 인지했고, 개인정보 약 3370만 건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뒤늦게 신고했다. 노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일부 주문 내역 등이었다. 소비자들이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결제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수 개월간 침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유출 사실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대응은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 책임자의 태도다. 쿠팡의 실소유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 직후에도 해외 출장과 비즈니스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에 긴급 소집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도 불출석했고, 박대준 쿠팡 대표 사임 이후 열린 국회 쿠팡 청문회에도 역시나 임시 대표를 출석시키며 자리를 피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의 수장이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 부름을 최근 10년간 번번이 피했다는 사실도 새삼 회자됐다. 그의 행태는 단순한 출석 회피를 넘어, 검은 머리 외국인이 김 의장이 쿠팡 소비자뿐만 아니라 한국을 무시한 행위로 받아들여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비단 쿠팡만 개인정보 유출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올 한 해 동안 GS리테일에서는 약 158만 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었고, SK텔레콤에서는 2300만 건이 넘는 가입자 정보가 유출됐다. 넷마블, 롯데카드 역시 수백만 건의 회원 정보가 새어나갔다. 이들 사고 중 상당수는 내부 통제 실패나 허술한 위탁관리에서 비롯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또한 약 445억 원 규모의 디지털 자산 유출 사고를 겪으며 보안 허점을 노출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기업들은 법의 빈틈을 파고들며 적극적인 대응을 등한시한다는 점이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유출 인지 후 24시간 이내 고지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인지 시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고지를 늦추거나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특히 가상자산 관련 사고는 이용자보호법이 시행 중임에도 사업자의 늑장 공지 논란이 반복되며 이용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고 명확한 규율조차 미비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경우, 신속한 소비자 통지와 공식 공표를 법적 의무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은폐나 축소 보고 시에는 강력한 처벌과 징벌적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 이 부분은 대통령마저 강조하고 나선 터라, 재론의 여지가 없어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실질적 오너와 CEO 등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도록 국회 청문회 등의 출석 의무 강화, 강제 구인 조치 등을 통해 국민 앞에 적극적으로 소명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기업이 모든 사건과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후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책임을 지냐는 선택과 의지의 문제다. 소비자는 완벽함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정직함과 책임감을 원할 뿐이다.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더욱 투명하게 사실을 알리고, 진정성 있게 책임지며 다시는 반복되지 않겠다는 약속을 원할 뿐이다. 2025년 우리는 개인정보 유출보다 더 무서운 기업의 침묵을 보았다. 그 침묵이야말로 기술적 실패보다 더 뼈아픈 소비자 신뢰의 붕괴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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