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고환율 국면의 국내 외환시장에 또 하나의 변수가 얹혔다. BOJ의 금리 인상은 오래전부터 예상됐던 만큼 충격은 크지 않지만, 원화가 이미 약세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일본발 금리 이벤트는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금리 변동성을 키우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20일 야간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의 종가 1476.30원과 비교해 1.70원 상승한 1478.00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는 2.0원 하락 마감했지만, 야간장에서 환율은 다시 위로 밀리며 공방이 이어졌다.
BOJ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렸다. 1995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상은 경제·물가 지표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실질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상이 외환시장을 크게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 결정은 시장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재료 노출을 마친 사안"이라며 "지난해 7월 인상 당시 엔 캐리 트레이드 충격을 경험한 BOJ가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흐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연속 인상 시나리오는 선을 그었다. 공 연구원은 "우에다 총재가 방향성은 밝혔지만 '지표 여건에 달렸다'는 유보적 표현을 유지한 점은, 추가 인상 시그널을 명확히 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추가 인상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없을 가능성이 크고, 다음 스텝은 2026년 하반기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조적으로 인상은 분명하지만 향후 시점이 유보적이면 달러-엔이 급락으로 돌아설 여지는 크지 않다”며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당장은 높지 않다”고 했다.
다만 금리 경로에서는 경계심을 키웠다. 공 연구원은 “일본 금리는 글로벌 금리의 하단을 형성해 왔다”며 “일본에서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미국·유로존 등 주요국이 인하 사이클을 타더라도 시장금리 하락의 하단 기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리 하락 폭이 제한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 금리는 이미 높은 레벨을 보이고 있다. 19일 기준 국고채 3년물은 연 3.010%로 전일보다 0.043%p 상승 마감했고, 10년물은 3.342%로 0.030%p 올랐다. 이런 환경에서는 달러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거나, 위험선호 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어 원·달러 환율도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 채권시장 쪽으로도 국고채 금리 하락 여력이 제한되면서 회사채 발행·차환 여건이 다시 빡빡해질 수 있다.
공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하락 기대가 제한되면, 국내에서도 국고채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며 "특히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불안해지는 조합은 기업 조달비용을 바로 자극한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를 되돌릴 만큼의 강한 금리 경로가 나오기 어렵다면, 원화도 대외 달러 강세 환경에서 뚜렷한 완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 속에서 등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