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 Solbridge경영대학 석좌교수ㆍ동국대 명예교수(경제학)
노동 배분에 불평등 심화 대비하고
초고령사회 미래 세대 희망 전해야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범용인공지능(AGI)에 의한 초지능(superintelligence) 경제다. 이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투자와 투자자 관심은 1990년대 초 닷컴버블의 재연 아니냐 하는 의심과 동시에 사용 기업 및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불러오고 있다. 정부는 초지능의 윤리문제(태아 복제, 불법 무기개발, 전문가 사칭 등)와 함께 초지능의 등장이 자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심이 많고, 기업은 이러한 초지능의 활용을 통해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우위를 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기대 때문이다.
과연 초지능이 ‘혁신적인 기술전환’의 요인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초지능의 개발을 담당하는 기업 및 국가의 입장에서는 정보산업에 특징적으로 존재하는 망경제성(network economy)의 존재 때문에 개발과 보급을 경쟁기업(국)보다 서두르려는 유인이 존재한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짐 코벨로는 “역사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전환은 기업의 생산에 요구되는 비싼 솔루션을 저렴한 솔루션으로 대체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하였다. 과연 기업의 AI 활용 비용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만한 저렴한 솔루션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초지능은 과거 산업혁명의 경험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기존 생산요소의 파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 1차 산업혁명은 농촌인력의 도시이동 및 고용 창출과 함께 러다이트운동을 통해 기계 파괴를 불러왔고, 제2차 산업혁명에서는 에너지와 운송비용(시간, 거리) 단축을 통해 노동자들의 업무 대체와 이에 따른 전통적 노사관계의 파괴 및 노동조합운동을, 그리고 제3차 산업혁명에서는 데이터의 실시간 이동과 통신을 가능케 한 가운데 정보 격차와 요소의 이동가능성 차이로 인한 노동과 자본 간의 분배, 그리고 고기술 노동과 저기술 노동 간의 불평등 분배 문제를 가져온 바 있다. 이들 모두 생산요소에 대한 분배, 고용 등에서 기존 질서의 파괴를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진보가 성장의 기본 원인이 된다고 주장하는 ‘내생적 성장모형’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빠른 속도로 다른 아이디어를 낳는 초지능 상황에서 성장률이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AI시대 노동과 자본 간의 불완전한 대체 상황을 가정한 노벨경제학상수상자인 W.D. 노드하우스의 2021년 연구에서는 높은 성장률하에서 자본에 비해 노동의 비중이 축소되는 가운데서도 임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최근 기술기업 소득의 소유주에 대한 보상이 유난히 높은 가운데서도 최고 기술인력에 대한 보수가 슈퍼스타급으로 주어지는 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즉, AI시대에 노동에 대한 보상은 자본에 비해 감소하지만 노동 간 배분에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데이터센터와 이를 구동하기 위한 에너지(전기) 생산에 대한 막대한 투자수요는 성장경제하에서 인프라 및 대형 공장건설 등 비기술자본에 대한 수요 증가와 더불어 투자 경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저축률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AI 연구기관인 에포크AI(Epoch AI)가 올 한 해 최적 투자규모로 오픈 AI ‘스타게이트’프로젝트(5000억 달러)의 50배에 달하는 25조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사실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투자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소득의 급속한 증가 상황에서 사람들이 소비의 시점(현재와 미래) 간 평탄화를 원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소득에서 저축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고 이는 성장을 가속화하는 연쇄반응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램지규칙(Ramsey rule)은 이러한 성장경제하에서 실질 이자율의 상승은 저축률을 높일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의 이론적 설명이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즉, 초고령화 및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과 국내총생산(GDP)의 90%에 달하는 높은 가계부채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경제에서 초지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들 문제가 주는 도전과제인 생산요소 간 및 노동 간 불평등 분배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양육비용 문제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진정으로 ‘행복한’ 선진국 경제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