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총 요건 상향…퇴출 압력 더 커진다

상장폐지 문턱을 낮추는 제도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부실기업 퇴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좀비기업 정리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가 결정된 상장사는 35곳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0곳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시장별로는 코스닥이 28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질심사는 기업의 계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상장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개시되는 절차다. 형식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 거래가 정지되고, 최종적으로는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상장폐지 기업이 늘어난 데는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좀비기업 퇴출 절차 자체를 손질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7월부터 코스닥에서 실질심사 사유로 상장폐지를 심의할 경우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절차를 간소화했다. 심사 단계 축소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간 잔존하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업들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면 실제 퇴출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은 크게 늘었지만, 최종 퇴출로 확정된 사례는 제한적이다. 상장폐지 결정 이후 법적 대응에 나서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관련 절차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 정지 조치만으로도 시장 내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부터는 이에 더해 상장폐지 재무 기준이 한층 강화된다. 현재 코스닥의 최소 시가총액 기준은 40억 원이지만, 내년부터는 150억 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유가증권시장 역시 최소 시가총액 기준이 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대폭 올라간다.
시장에서는 기준 강화와 심사 절차 간소화가 맞물리면서 향후 2~3년간 상장폐지 결정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 등으로 실제 상장폐지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실질심사 결정 자체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정화는 분명히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이후 강화되는 시총 요건이 적용되면 코스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