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다층 포트폴리오 구축

글로벌 전기차 전환 속도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내년 사업 전략 수립을 위해 주요 시장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전동화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기아는 다각적 포트폴리오를 내세울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을 병행해온 유연한 전략이 상대적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관세, 환경 규제, 보조금 정책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며 내년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주요국들의 전동화 전환 조정, 미국 관세 적용, 글로벌 하이브리드 선호 추세 등 여러 요인이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을 모두 갖춘 구조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미국과 유럽의 전동화 전략 수정으로 오히려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사는 전기차(EV), 하이브리드(HV), 내연기관차(ICE)를 모두 보유한 다층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특정 파워트레인에 쏠리지 않은 구조가 글로벌 정책 변화와 소비자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 전략 확대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악재로 꼽혔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종료 가능성이 본격 거론되기 이전부터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충해 왔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하반기 들어 미국에 수출했고, 기아도 내년 북미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유럽 시장에서도 지난해 10만 대 이상 판매된 투싼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판매를 이어가고,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2030년까지 총 2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형·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세단, 소형차까지 적용 차종을 넓혀 주요 시장별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유럽 내 전기차 판매 라인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전동화 속도 조절 국면에서도 EU의 중장기 탄소 규제 기조와 전기차 수요 확대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전용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1~10월 9만97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1164대)보다 95%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에 현대차는 인스터 EV 모델과 내년 출시할 아이오닉 3를 중심축으로, 기아도 EV3를 시작으로 EV2·4·5를 앞세워 풀라인업을 구축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내년 수출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내년도 자동차 수출은 올해보다 1.1% 증가한 275만 대 판매, 수출액은 0.3% 증가한 720억 달러(106조5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