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최종 후보 1인 선정을 하루 앞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차기 대표의 핵심 자질로 거론된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고 16일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한다.
이번 구도는 안정형·정무형·위기대응형의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KT 출신 2명과 외부 출신 1명 간의 대결이기도 하다. KT가 무단 소액결제 사태를 겪으면서 김영섭 현 대표가 연임을 포기했기 때문에 차기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해킹 수습이 될 전망이다.
박 전 사장은 1992년 한국통신 입사 이후 30년 넘게 KT에서 근무한 정통 KT맨이다. 기업사업부문장과 기업부문장을 지낸 B2B 전문가로 클라우드·AI·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복합 전략을 추진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박 전 사장은 김영섭 현 대표 선임 당시 최종 후보 3인에 올랐다. 구현모 전 대표가 선출될 당시에도 막판 경합을 벌였다. 과거 ‘쪼개기 후원’ 사건에서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걸림돌이지만 법적 처벌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주 전 대표는 SK텔레콤과 SK커뮤니케이션즈를 거친 외부 인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 김동연 경기지사 시절 경기연구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먹사니즘본부장을 거쳐 이재명 대통령 당선 뒤에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이 됐다.
다만 정치권 경력으로 인해 낙하산 꼬리표가 붙을 우려가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던 네이트·싸이월드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약점이 될 수 있지만 사태 수습을 총괄한 경험이 KT의 해킹 사태에 대응하는 데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1994년 KT에 입사해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전무)을 거쳤다. 2007년 삼성전자로 이직해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을 지냈으며 2018년에는 삼성SDS 대표가 됐다. 그는 통신·모바일·AI·보안 모든 분야를 경험한 ‘통합형 AICT 전략 리더’임을 강조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2023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SK그룹의 사이버보안 전문회사인 SK쉴더스 대표를 지냈다. 그의 임기 마지막과 겹쳤던 SKT 해킹 사태를 두고 부정적인 해석도 나오지만 보안업체의 수장이었던 만큼 KT 해킹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안정 유지, 외연 확장, 구조 보완 중 어디에 방점을 찍을지 주목된다. 특히 KT의 최대주주인 현대차·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대표 선임은 AI·클라우드·B2B 중심의 체질 전환 국면에서 KT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가를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표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 낙하산이나 내부 카르텔 논란이 이어진 만큼 이번에는 보안 리더십과 AI 전문성이 대표 선임의 주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