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트럼프’ 카스트 당선…중남미 우경화 바람 거세져

결선투표서 공산당 하라 후보 눌러
카스트 58.2% 득표…4년 만에 정권교체
불법 이민·범죄 척결 내세워 ‘칠레 트럼프’ 평가
중남미 ‘블루타이드’에 칠레도 합류

▲칠레 산티아고에서 14일(현지시간)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왼쪽)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아내 마리아 피아 아드리아솔라와 결선투표 승리 후 손을 흔들며 축하하고 있다. (산티아고/로이터연합뉴스)

칠레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에서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율 99.33% 기준으로 카스트 후보가 58.18%를 득표해 히아네트 하라 공산당 후보(41.82%)를 누르고 대통령 당선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하라 후보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카스트 당선인에게 전화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면서 “칠레의 미래를 위해 성공을 기원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역시 “이번 대선의 결과는 명백하다”며 “조국을 위해 그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애초 카스트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치러졌던 1차 투표에서는 2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했지만,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면서 4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변호사 출신인 카스트 당선인은 2017년과 2021년에도 대권에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진 못했고 3번째 도전에서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그는 2002년부터 하원에서 4선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기도 하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치적 스타일, 언행 등이 비슷해 ‘칠레 트럼프’라고도 불린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불법 이민자의 신속한 추방을 약속했다. 그는 유세 과정에서 차기 대통령 취임까지 남은 날짜를 카운트하며 “불법 이민자는 옷만 걸친 채 쫓겨날 상황이 오기 전에 빨리 떠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카스트 당선인은 조직범죄 소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군대의 권한 확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범죄 소탕을 위해서라면 비상사태 선포도 고려할 것”이라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 교도소 건설, 갱 단원 수감 정책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칠레에 닥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와 세금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FT는 법인세 인하, 공공예산 삭감, 노동법 유연화, 국영기업 민영화 등이 주요 대책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현 정부에 대한 비토 정서로 인한 정권교체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칠레는 베네수엘라 갱단 유입으로 인한 강력 범죄 증가, 경제 침체 등이 겹치며 좌파 성향의 보리치 현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상태였다,

다만 여소야대 의회 지형에서 그가 원하는 만큼 칠레를 바꿔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친야당 성향의 시민사회 인사들의 저항이 그의 정책 구상에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트리시오 나비아 칠레 정치 분석가는 “이번 승리는 칠레 국민으로서는 좌파를 대체할 인물이 카스트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라과이, 볼리비아,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에서 우파가 우세한 ‘블루 타이드’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칠레 역시 이 흐름에 가세한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선거가 끝난 직후 환영 성명을 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축하 성명을 통해 “카스트 당선인의 리더십 아래 칠레가 불법 이민 종식, 공공 안전 강화, 양국 간 상업 관계 재활성화 등 여러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카스트 당선인은 내년 3월 11일 취임할 예정이다. 대통령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은 할 수 없지만, 중임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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