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누적 관람객 수가 600만 명 돌파한 가운데 입장권 유료화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지난해 관람객 수 기준으로 국중박은 루브르, 바티칸, 영국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이어 세계 5위다.
2008년 상설전시 무료화 이후 17년간 이어진 정책은 △문화 향유 기회 확대 △관람객 증가 △박물관의 국제적 위상 강화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관람객 급증은 곧 △전시장 혼잡 △보존·관리 예산 부족 △노후 시설 개선의 지연으로 이어졌다. 무료 정책이 유지되는 동안 관람 환경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의 입장료는 유료화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급증하는 관람객에 맞춘 박물관 운영 개선과 예산 확보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루브르박물관 3만2000원 △바티칸박물관 2만9000원 △메트로폴리탄미술관 4만3000원 △도쿄국립박물관 9400원으로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들은 대부분 입장료를 받고 있다.
특히 대만 고궁박물원의 경우 외국인 관람객에게는 한화 약 1만5000원의 관람료를 받고 있다. 내국인(7000원)에 비해 2배가 넘는 관람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루브르 박물관 역시 내년부터 비(非) 유럽연합(EU) 국적자의 경우 입장료를 45% 인상한다고 밝혔다.
유료화를 찬성하는 측은 안정적 재원 확보를 핵심 근거로 제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구입 예산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해외 주요 기관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현저히 뒤처진다. 이에 입장료 유료화가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서비스 질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유 관장은 유물 수집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 4년간 3269억 원을 유물 수집에 썼는데, 우리 박물관의 올해 예산은 28억 원에 불과하다"며 위상에 걸맞은 예산 증액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박물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김영호 한국박물관학회 명예회장은 "유료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다"라며 "일반인들의 견해도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박물관 영역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입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입장료로 마련된 예산을 통해 △유물 보존 △전시장 환경 개선 △예약 시스템 구축 등으로 투명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미성년자, 노인, 취약계층 등에게는 무료 또는 대폭 할인 혜택을 유지하고, 관람 시간대나 국적 등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등 공공성을 놓치지 않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조한희 한국박물관협회장 역시 "박물관 유료화는 우리 박물관·미술관 생태계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관련 법과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