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율주행 기술을 보는 ‘불편한 진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

대전에서 최근 발생한 테슬라 차량의 대형 추돌 사고는 한국 자율주행 기술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긴급제동장치와 차선 유지 기능이 작동했는지조차 불분명한 가운데 발생한 이 사고는 첨단 기술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례를 활용해 최신 감독형 자율주행 기능을 한국 도로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이를 검증할 제도적 장치조차 충분하지 않다.

기술진보 이뤘지만 완성까지는 멀어

최근 중국에서 진행된 36대 자율주행차 비교 테스트 결과는 테슬라가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공사 구간, 컨테이너 트럭 갓길 정차, 야생동물 출현 등 6가지 이벤트 상황 중 테슬라는 5가지를 통과했고, 중국산 차량 대부분은 3개 미만만 성공했다. 수치만 보면 테슬라가 압도적인 승자다. 그러나 여기엔 오해의 함정이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사례가 이를 잘 설명한다. 요격 성공률이 85%든 50%든, 핵탄두 1~2개만 떨어져도 피해는 재앙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즉 ‘대부분 막아낸다’는 말은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가린다. 이를 자율주행에 적용해보자. 6개 중 5개를 통과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지만, 한 가지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완성도 83%짜리 기술을 과연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 테슬라 자율주행기술인 FSD(Full Self-Driving)를 켜두고 운전자가 잠을 청할 수 있겠는지 반문하고 싶다. 미국에서도 한 기자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3번의 운전자 개입 외엔 스스로 주행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 3번의 개입은 ‘사고가 날 뻔해 사람이 개입했다’는 뜻이다.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하위권 기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앞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월등함’과 ‘완성됨’은 다른 개념이다. 기술적 불완전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카메라 기반인 ‘비전온리(Vision-only)’ 방식이 한국 도로의 돌발 변수와 악천후를 완벽하게 감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캐딜락의 슈퍼크루즈처럼 고정밀(HD) 지도와 라이다 기반 매핑을 병행해도 운전자의 상시 주시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일하다. 한 번의 오작동 가능성은 결코 단순한 통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국내에서는 별도 인증 없이 도입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인증 차량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인정하도록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구조 속에서 테슬라와 캐딜락은 추가 검증 없이 최신 기능을 배포할 수 있다. 반면 현대차·기아가 동일 수준의 기술을 적용하려면 복잡한 인증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국내 도로가 해외 기업의 실험장이 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밀한 안전규제로 기술공백 메꿔야

필자의 문제 제기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일부 성급한 이들은 테슬라를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테슬라를 싫어해서 그렇다”, “완벽한 자율주행이 오는 데 20년 걸린다는 헛소리를 한다”고 한다. 심지어 필자가 방송에서 “전 세계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돌아다니려면 얼마나 걸릴까?”라는 질문에 “20년쯤 지나면 운전하는 사람이 희귀해질 수 있다”고 답한 것조차 저렇게 왜곡해 비난한다. 기술의 우수성과 완전한 상용화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 둘을 구분해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자율주행 시장은 지금 기술의 속도와 안전 규제의 속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해외 기업의 기술은 빠르게 들어오고, 국내 기업은 규제 때문에 뒤처지고, 정부는 레벨 2 기술을 제대로 다룰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완벽하지 않은 기술을 완벽한 것처럼 믿는 순간, 대전 사고와 같은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결국 자율주행의 시대는 오겠지만,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에 둔 제도적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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