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어느 날, 이번에는 대로 한가운데서 바지를 내리고 큰 일을 보는 다른 남자와 마주쳤다. 함께 있던 제자들은 속으로 ‘넌 오늘 X 됐다...’며 혀를 찼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공자는 아무 말 없이 대변 보는 남자를 피해 가던 길을 갔다. 제자들이 물었다. “스승님, 지난번 길가에서 몹쓸 짓을 하던 자는 크게 꾸짖으시더니 길 한가운데서 버젓이 똥을 싸는 저 사내는 왜 피해가시는 겁니까? 저자가 더 나쁜 놈이 아닙니까”
공자가 짧은 한숨과 함께 답했다. “길옆에서 볼일을 본 사내는 그나마 양심은 있어 가르치면 되는 자다. 하지만 저놈은 아예 부끄러움 자체가 없어 짐승과 다를 바 없거늘 무엇을 어찌 가르칠 수 있겠느냐”
조선의 선비들이 자주 인용했다고 전해지는 공자의 ‘하우불이(下愚不移)' 일화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 즉 ’하우‘는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논어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설도 있지만, 사실 양화편은 당시 권력자였던 양화가 여러 번 불렀는데도 공자가 “덕과 도가 없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않는다”며 일부러 피했다는 이야기다. ‘똥 싸는 남자’는 유학자들이 공자의 구전(口傳)을 정리하면서 널리 퍼트려 사실인지 여부를 알 길 없는 썰일 뿐이다.
중요한 건 공자가 실제로 똥 싸는 남자를 만났는지가 아니라 너무 어리석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요즘 말로 ‘하꼬’쯤 되는 자들의 작태다.
얼마 전 작가라는 거창한 직업을 가진 한 여의도 주변인이 ‘영포티’ 발언으로 청년층의 분노를 사 '섹백좌'라는 새 별칭을 얻었다. 진보진영에서 제법 이름 높은 그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20대 남성들이 영포티를 조롱하는 현상을 비꼬며 이렇게 말했다. “지들은 차도 없고 돈도 없고...부럽잖아 니네. 내가 니네 보다 XX 백배 더 많이 했어”. 'XX 백배' 발언이 알려지자 영포티 vs 20대 남성의 대립 전선은 차갑게 식었다. 똥물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논쟁에는 참전하지 않겠다는 현명한 선택이 공유된 것 아닌가 싶다.
배우 조진웅 씨의 은퇴 선언이 정치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현상도 가르쳐봐야 소용없는 자들과 언쟁하는 일이 시간 낭비임을 일깨운다. '철없던 시절 일탈이며, 이미 대가를 치렀으니 용서하고 기회를 주자'는 논리에는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우선 용서의 주어가 없는데, '우리'가 주어라면 그 '우리'는 강도당한 사람, 강간당한 여성, 그리고 그들의 가족도 포함한 것일까? 같은 맥락에서 사과의 목적어도 짚어봐야 한다. 조진웅 씨는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또한 '믿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 정의로운 조진웅 씨를 매일 봐야 했던 피해자들까지 포함된 것인가. 하나 만 더, 조진웅 씨가 동료 배우들을 폭행하고, 영화 촬영 당시 음주운전을 했다면 이 역시 철부지 시절일까? 아무리 '정미새(정치에 미친 새X)'가 넘쳐난다지만 내 가족이라도 그리 쉽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용서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당사자끼리 소통이 없는데 제3자가 용서하라 마라 강요하는 게 맞냐는 의문이다.
공자가 똥 싸는 남자와 마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논어에 이런 말은 나온다. '논어 집주'에 따르면 하우는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자포(自暴)'하고 '자기(自棄)'하는 사람이다. 합쳐서 우리가 익히 아는 ‘자포자기’다. '자포'는 스스로 포기한 사람, '자기'는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다.
이래서 가끔은 죽은 자들이 남긴 말과 글을 뒤적일만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스로 돕지 않는 자는 냅두는게 답이고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니 역시 공자는 ‘상지(上知, 타고난 천재)’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허물을 고칠 생각이 없는 '하우'가 되니 모든 이가 경계할진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