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입·관저 이전 등 의혹도 수사…21그램 압수수색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다시 불러 '고가 금품수수 의혹' 전반을 조사하면서, 공천 개입 의혹 확인을 위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참고인 출석을 요구했다. 김 여사 수사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핵심 의혹들을 남은 기간 안에 정리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김 여사는 4일 오후 1시 5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있는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약 3시간 동안 대면 조사를 받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한 뒤 오후 5시 15분께 퇴실했다. 이번 조사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금거북이 등 다수의 고가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검은 42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으며, 김 여사는 이날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영상녹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으로부터 62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받는 등 귀금속 수수를 대가로 이 회장의 사위 박성근 변호사 기용을 청탁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이밖에 2022년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공직 임용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를 받았다는 의혹,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로부터 사업 편의를 조건으로 5000만 원 상당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특검은 김 여사를 11일 추가 소환해 남은 쟁점들을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수사기간이 28일까지로 제한돼 있어 11일 조사에서 나머지 사항을 조사해 마무리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날은 선상파티, 종묘 차담회, 로저비비에 가방 수수 의혹과 21그램 대표 측 선물 의혹 등도 함께 조사될 전망이다.
특검은 이날 공천 개입 의혹 규명을 위해 한동훈 전 대표에게 10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8월부터 전화·문자·등기우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한 전 대표가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보는 한 전 대표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공천 요청을 거절해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이 생겼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공천 개입 의혹을 확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 구조상 공천 압력이 실제로 있었다면 윤 전 대통령 역시 공범 구조에 놓일 수 있는 만큼, 한 전 대표의 진술이 수사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은 이날 오전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공동대표 이모 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1그램은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후원과 사무실 설계·시공을 맡았던 업체로, 대통령실·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배경을 두고 특검은 김 여사와의 연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또 특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김모 과장을 전날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과장은 2022년 3월 사업 실무진에 김 여사 일가 소유지가 포함된 대안 노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편 특검은 전날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에서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0억 원을 구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