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격화…희토류·반도체 등 세계 공급망 경고등 켜졌다 [중일발 新공급망 위기 ①]

중국, 일본 여행 금지·‘한일령’ 본격화
“치열한 치킨게임에 분쟁 장기화 가능성”
중·일, 반도체·배터리 등 상호 의존 관계
글로벌 제조업체 생산 지연 등 연쇄효과

(사진출처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에서 비롯된 중국과 일본의 새로운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은 여행 자제 권고와 수산물 수입 중단, 일본 문화의 자국 유입을 차단하는 ‘한일령(限日令)’ 본격화 등으로 제재에 들어간 데 이어 일본산 수입 제품 통관 검사 강화, 희토류 수출 제한, 일본인 단기 체류 비자 면제 조치 취소 등 공급망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일본이 대만을 두고 치열한 치킨 게임을 벌이면서 어느 쪽 선택지에도 물러서는 것은 없다”며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일본 경제는 실질적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신용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중국의 수산물 수입 중단 조치로 일본 기업 172곳이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닛케이는 중국 항공사들이 12월 일본행 정기편의 16%에 달하는 904편 운항 중단을 결정해 72개 노선의 총 15만6000석에 이르는 좌석이 사라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양국을 오가는 항공권 가격도 급락해 오사카 간사이 공항과 중국 상하이 노선의 12월 왕복 항공권 최저가는 약 8500엔(약 8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 엔 선에서 급락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센카쿠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향후 1년간 중국인 방일객 수가 전년보다 25% 감소하면 인바운드 소비가 연간 2조2124억 엔(약 21조 원)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연간 실질 GDP 증가율을 0.36%포인트(p) 끌어내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와 부품, 소재 등으로 갈등이 확산하면 중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일본은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실리콘웨이퍼 등 반도체 핵심소재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30~80%에 이른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들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직수입하거나 일본 기업 해외법인에서 조달한다. 중국이 통관 강화에 나서면 오히려 제 발등을 찍게 되는 셈이다.

일본 공급망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간한 ‘2024 산업백서’에 따르면 일본 소재·부품 기업들의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10~40%에 달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 팹에서 발생한다.

전기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국이지만 고급 음극재와 첨가제 기술 등에서는 일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결국 양국 충돌이 길어지면 일본 소재 기업의 실적 악화, 생산라인 투자 축소, 공급 지연에 따른 글로벌 제조업체 생산 지연 등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일본에 대한 추가 조치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도 난처한 상황에 빠지긴 마찬가지다. 다카이치 총리는 임기 초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만, 자국 경제 사정도 모른 척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에선 집권 자민당이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관리하지 못해 지금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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