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4연속 동결ㆍ환율 진정에도 성장ㆍ기술주 모멘텀은 유지
네이버, 업비트 해킹 사태에 4.55%↓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소 누그러지며 27일 국내 증시가 장중 한때 4000선을 회복했지만 오후 들어 개인 매물이 대거 출회되며 결국 4000선 탈환에 실패했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기술주 중심의 글로벌 반등 기조가 지수 상단을 밀어 올렸지만 환율 부담과 차익실현으로 상승 동력이 약해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26.04포인트(pㆍ0.66%) 오른 3986.91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3989.45로 출발해 개장 직후 4000선을 회복했고 한때 4023.42까지 오르며 지난 20일 이후 5영업일 만의 장중 4000선 재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개인 투자자의 차익실현이 쏟아지면서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수급에서는 외국인이 1773억 원, 기관이 3625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5651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상단을 제약했다.
환율 부담도 이어졌다. 원ㆍ달러 환율은 0.7원 내린 1464.9원(오후 3시 30분 종가)으로 소폭 안정됐다. 다만, 최근까지 1470원선을 오르내리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온 점이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환율 안정을 강조했지만 시장의 경계심을 완전히 누그러뜨리지는 못한 모습이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4회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는 기존의 ‘금리 인하 기조’ 표현을 삭제하고 앞으로는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문구로 바꿨다. 환율ㆍ집값ㆍ가계대출 등 금융 불안 변수와 미국 연준의 12월 회의를 앞둔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8%로 상향하며 경기 바닥 통과 신호도 제시했다.
반도체주는 글로벌 AI 랠리의 영향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0.68% 오른 10만3,500원에, SK하이닉스는 3.82% 오른 54만4000원에 각각 마감했다. 미국 증시에서 델ㆍ오라클 등 AI 서버ㆍ인프라 기업의 실적이 시장 우려보다 견조하게 나오며 기술주 강세를 이끈 점이 국내 반도체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 미국 베이지북에서 고용 둔화·물가 완화 흐름이 재확인되며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된 점도 지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합병 소식이 발표된 직후 단기 재료 노출에 따른 차익실현이 이어졌다. 여기에 업비트에서 약 540억 원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네이버는 전날 대비 4.55% 하락한 25만1500원에 마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네이버파이낸셜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힌 것도 주가 반등을 이끌지 못했다.
코스닥 시장도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74p(0.31%) 오른 880.06에 마감했다. 지수는 879.44로 출발해 884.00까지 오르며 장중 강세를 보였지만 오후 상승 폭이 축소됐다. 수급은 개인이 1575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865억 원)과 기관(-416억 원)은 순매도 우위였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술주 중심의 글로벌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정은ㆍ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 랠리에 연동돼 국내 반도체주의 강세가 이어졌고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세가 지수를 지지했다”면서도 “금통위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는 해석과 환율 부담이 겹치며 지수 상승 폭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투자 사이클이 견조한 만큼 지수 상단은 열려 있지만 4000선 안착 여부는 외국인 매수 지속성과 환율 안정, 연준의 12월 회의 결과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