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양극화 해소 위한 경제개혁 시동걸 때

배재수 송현경제연구소 국제경제부문 대표

기득권 장벽으로 시장진입 어렵고
大中企 상생·노동개혁은 지지부진
지도층 양보 끌어내야 저항 돌파해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영이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층적 양극화다. 정부가 후퇴하고 민간 자율 또는 시장원리에 의한 경제운영을 확대한 결과 당연하게도 시장경쟁에서 승리한 주체가 성과를 독식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여러 경제부문에 걸쳐 양극화가 진전된 것이다.

소수 대기업의 이익 증가와 다수 중소기업의 이익 및 역량 위축, 수출부문의 세계적 성장과 내수부문의 상시적 부진, 기업의 이익 사내 유보와 가계로의 분배 감소 등이 발생했다. 또한 공공부문 종사자, 의사·대학교수·변호사 등 전문직, 대기업 종사자들은 법·제도를 이용해 진입장벽을 높임으로써 경제적 지대 즉, 독과점 이득을 누렸다. 외환위기 이후의 개혁 과정에서 시장경쟁을 주창한 당사자들이 스스로는 경쟁원리의 수용을 거부한 것이다.

양극화의 결과, 괜찮은 일자리가 감소하고 소득불평등이 진전되면서 다수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곧 소비와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져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다시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층과 창업자들이 기득권자들이 쳐놓은 진입장벽 때문에 시장 참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청년 실업, 혁신기업 창업 부진 또는 사업실패가 증가하였고 이는 곧 청년세대의 좌절과 저출산을 낳고 있다.

양극화와 그 해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다. 타다택시 사태, 의료개혁 파동에서 보듯이 각종 진입장벽 철폐 노력은 기득권자들의 반발로 별 진전이 없다.

주요 산업에서 대기업의 독과점이 강화되어 중소기업의 시장 입지가 축소되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정책은 대기업 비협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고용조건 격차를 완화하고 청년층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노동개혁은 대기업 노조의 반발로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임금과 배당금 인상을 통한 기업이익의 가계로의 배분은 최근 정부에서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다.

정부가 의도하였든 아니든 간에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외환위기 이전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져 수출부문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내수부문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낡은 틀에 얽매여 양극화 문제 극복에 기여하지 못한 채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이 여전히 물가안정이라는 협애한 목표에 집착하고 있어 경제성장 동력 회복과 고용 증진 특히, 괜찮은 일자리 확대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장기간의 내수 및 경제성장세 부진이 기업의 혁신 및 투자기회의 부족, 계층 간 소득 격차 확대 등에 근본적으로 기인하고 있음을 감안하지 않고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금리 인하 또는 통화총량 조절에만 안주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혁신 증진과 신성장산업 육성 및 핵심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당초 의도한 경제성장세 회복은 달성하지 못한 채 부동산가격 상승을 방치, 방조하고 자산 소유의 양극화를 심화하였다. 심지어 2022년 이후 사상 최대폭·최장기간의 한미 간 금리역전을 감수하면서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대규모 외화 유출과 원·달러 환율 급등, 부동산가격 상승을 자초하고 있다.

역대 정부와 한국은행도 양극화와 이로 인한 경제성장세 하락 및 서민들의 경제난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

양극화 해소는 승자 또는 가진 자의 대승적 차원에서의 양보와 기득권의 포기에서 출발한다. 정치적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수출기업과 대기업, 관료와 대학교수 및 의사 등의 전문직, 대기업 노동조합 등이 가진 정치경제적 발언권은 다수 중소기업 및 내수기업과 동 부문 종사자에 비해 훨씬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안정적 성장세를 회복하고 다수 국민이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과 복지를 누리려면 양극화 시정을 위한 경제 개혁이 불가피하다.

정권 차원에서 지도층의 양보를 도출하고 국민의 열정과 총합적 지혜를 모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신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이 이를 시작하기 좋은 때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솔선수범하여 개혁의 첨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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