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 후…손흥민, 믿기지 않는 PK 실책

▲22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열린 MLS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전 승부차기.LAFC 손흥민이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득점에 실패한 뒤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손흥민(33·LAFC)의 2025 시즌이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아쉽게 막을 내렸다.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는 23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BC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 MLS컵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과 토마스 뮐러의 ‘MLS 최고 스타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승자는 뮐러가 속한 밴쿠버였다.

LAFC는 전반전에만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39분 골키퍼 다카오카 요헤이의 롱패스를 받은 에마뉘엘 사비가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세바스티안 버홀터의 코너킥을 마티아스 라보르다가 마무리했다. LAFC는 손흥민과 데니스 부앙가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전반에는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밴쿠버의 압도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후반 15분, 앤드루 모건의 헤더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연속 슈팅 끝에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손흥민은 LAFC 이적 후 정규리그 9골, 플레이오프 포함 시즌 11호 골을 기록했다.

▲22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열린 MLS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전.LAFC 손흥민이 후반전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상대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손흥민은 경기 종료가 다가오던 후반 추가시간, 다시 한번 팀을 구해냈다. 상대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 상황. 최근 볼리비아와의 A매치에서 넣었던 프리킥 득점과 거의 같은 위치였다.

손흥민의 오른발에서 감아올린 공은 완벽한 궤적으로 골문 구석을 파고들었고, BC플레이스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2-2, 극적인 동점골. 중계 화면에서는 골 직후 손흥민이 양손을 들어 올린 채 환호하는 장면이 잡혔다.

밴쿠버의 블랙먼이 두 번째 경고로 퇴장당하면서 LAFC는 연장전을 수적 우세로 치렀다. 밴쿠버는 연장 후반에 부상으로 한 명이 더 이탈하면서 9명으로 경기를 이어갔다. LAFC는 부앙가, 마르티네스 등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폈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연장 후반에는 부앙가의 슈팅이 골대를 두 번이나 때리는 불운도 따랐다.

경기는 결국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선축은 LAFC였다. 1번 키커로 나선 이는 손흥민이었다.

강하게 찬 공은 골키퍼를 완전히 속였지만,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튀어 나왔다. 이 실축은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LAFC는 3번 키커의 실축까지 겹쳤고 밴쿠버는 마지막 키커 라보르다가 성공시키며 4-3 승리를 확정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기자회견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멀티골에 대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결정적일 때 골을 넣어 팀을 살릴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부차기 실축에 대해선 “연장전 막판에 근육 경련이 있었고, 페널티킥을 찰 때도 느낌이 남아 있었다”며 “모든 것은 제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은 “오늘의 경기는 뮐러와 나의 승부가 아니라 팀의 대결이었다”고 강조하며 “이기기 위해 정말 열심히 싸운 팀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여기서 멈추지만, 내년에는 모든 대회에서 성공하고 싶다. 우승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 돌아오겠다”고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