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

이 정보가 장애인에만 유리한가?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방문객, 빌딩 출입문에 갑자기 나타나는 인터폰이나 개찰구에 당황해하는 첫 방문자에게도 유용하다. 언덕 정보가 있으니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도 유용해진다. 모두를 위한 정보가 된 거다.
얼마 전 고 3 딸이 수능을 봤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딸은 별도로 교육청에 신청하지 않으면 장애인화장실이 없는 수능장에 무작위 배치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놀라 교육청에 직접 가서 ‘기타편의제공’ 신청을 했다. 수능 전날에야 배치된 학교 이름을 듣고도 미덥지 않아 학교에 전화했다. 첫 전화를 받은 교직원에게 “장애인화장실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첫 답변이 “모르겠는데요”였다. 다행히 전화를 받은 두 번째 직원이 친절히 응답해줬다.
딸 수능을 준비하며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장애 당사자가 ‘요구해야만’ 시험 조건이 갖춰진 곳에 배치를 해 주는 걸까? 다양한 장애 학생들이 그동안 학교를 다니고 수능도 보았을 텐데 이런 정보를 축적해 공개 제공하면 장애 학생 학부모는 물론, 학교도 장애학생을 일일이 배치하는 교육청 수능장학사 업무도 편해지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뜻있는 교사와 학생들을 모았다. 장애인 화장실 정보를 비롯해 학교내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교사-학생들에 ‘모모탐사대(모두의 학교 by 모두의 1층)’라고 이름 붙였다. 활동 후 학교 내 장애 접근성 가이드를 만들어 공개하는 게 최종 목표다. 실제 공개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학교내 정보공개 저항감이 상당해서다. 하지만 참여자들에게 이런 깨달음이, 그 뒤엔 실천이 있다면 좋겠다. ‘엘리베이터를 비장애인까지 우루루 타면 장애 학생은 다음 수업 시간을 놓칠 수 있겠네’ ‘전동휠체어 이용자에게 지금도 쓰기에 좁은 장애인화장실에 청소도구까지 놓여 있다고?’ ‘특별실이 많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교육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신청해 보자’
모모탐사대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유니버설 디자인에 한 걸음 들어선 것이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어선 초고령화 사회가 됐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초고령화시대 공간과 경험을 기획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