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

우선 세제와 거래 정책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취득세 감면, 생애최초 혜택,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 종합부동산세 기준 등이 해마다 조정되며 실수요자의 계획을 흔든다. 하루 차이로 감면 혜택을 받거나 놓치기도 하고, 몇 달간 정책 공백이 생기면 거래 자체가 마비되기도 한다. 주택 구입이 시장 원리가 아니라 ‘정책 달력’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가 된 셈이다.
대출제도 역시 예측이 어렵다.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와 강화가 반복되고, 지역·연령·가격대별 차등 적용이 늘어나면서 같은 무주택자라도 적용 규정이 제각각이다. “지금 사면 대출이 되고, 다음 달엔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실수요자의 행동을 위축시키고 거래절벽을 심화시킨다. 시장의 합리적 판단보다 정부의 단기 신호에 따라 수요가 출렁이니, 실수요자는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정책 뉴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가장 강력한 타이밍 리스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다. 특정 지역이 갑작스럽게 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실수요자는 ‘살 수 있었던 집’을 하루아침에 살 수 없게 된다. 허가요건 충족 여부는 단순한 서류 문제가 아니라, 직장 근무지·거주 목적·주택 규모·자금조달계획 등 개인의 삶 전반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다. 그 과정에서 거래는 지연되고, 매물은 잠기며, 시장은 더욱 경직된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투기 억제’라는 명분으로 시행되지만, 실제 타격은 실수요자가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투기세력은 규제가 풀릴 때까지 관망할 자금력과 정보력이 있지만, 실수요자는 생애 이벤트(결혼, 출산, 직장 이동, 부모 부양)에 따라 시기를 바꿀 수 없다. 정책의 타이밍이 실수요자의 삶의 리듬과 엇갈릴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늘 실수요자다.
주택은 인생에서 가장 큰 의사결정이며, 20~30년을 바라봐야 하는 장기 계약이다. 그러나 세제와 거래제도는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허가구역 지정은 하루 만에도 가능하다. 이 불일치는 실수요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고,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은 더 큰 변동성을 낳는다. 실수요자의 ‘시점 리스크’가 커질수록 시장은 불안정해지고, 주택은 더 이상 ‘삶의 터전’이 아니라 ‘정책 변수’로 취급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정부가 세제와 허가구역 변경의 로드맵을 투명하게 예고하고, 최소한의 안정적 정책 주기를 보장해야 한다. 실수요자는 투기세력이 아니라 도시를 지탱하는 기반 수요층이다. 정책이 이들의 삶의 리듬을 존중할 때, 비로소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는 현실에 가까워질 것이다. 정책의 타이밍이 아니라 시민의 시간표가 주택시장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