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해서 언급한 ‘자주국방’은 불안해 보였다. 이 대통령은 “국방을 어딘가에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국방비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주한미군 철수’부터 떠오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테다. ‘설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미군 철수”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놀랍게도 ‘핵추진 잠수함 건조’였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아니, 북한이나 중국에 나라 팔아넘길거라던 정권에서 이게 무슨 일?
핵잠수함이 뭔지, 왜들 난리인지 한 번쯤은 인공지능이나 포털에서 검색해 보셨을테니 건너뛰고, ‘이게 된다고?’ 싶은 미래를 보기 위해 오히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트럼프 대통령 1기였던 2017년 9월, 북한은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 스스로 ‘수소탄 실험’이라 명명한 이날 폭발은 북한의 핵실험 사상 가장 강력한 위력을 기록했는데, 진도 6.3의 지진이 한반도 전역과 일본에서도 감지됐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B-1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다. 중국조차 석탄 수입 중단을 발표하며 북한을 비난했을 정도다.
2개월 뒤, 뜻밖의 발표가 나왔다. 한미 양국이 ‘미사일 지침’ 개정에 합의해 한국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폐지하고, 군사용 고체연료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벙커버스터 기능까지 갖춘 탄도미사일 ‘현무-4’ 개발이 시작됐다.
이게 핵잠수함과 무슨 상관일까. 핵잠수함이 무서운 건 이론상 무제한 잠행이 가능한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대형 무기를 싣고 다닐 수 있어서다. 적국의 코앞에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숨어있다 갑자기 고개를 내밀고는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바닷속에서 쑥 올라온 잠수함이 “잠시만요~. 미사일에 기름 넣고 쏘실게요. 2시간 걸려요~”한다면? 불을 뿜으며 날아오른 미사일이 가다가 연료가 떨어져 바다에 ‘퐁’ 하고 빠진다면? 혹은 하늘과 땅을 다 태워 삼킬 기세로 내리꽂힌 미사일이 터지고 보니 수류탄이었다면?
핵잠수함 아니라 외계우주선을 가져와도 한방에 적을 반쯤 사망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무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고체연료 사용’과 ‘중량제한 해제’가 이번 핵잠수함 건조 승인과 함께 주목받아야 마땅한 이유다.
중국은 별 말이 없다. “한국은 작은 나라”라는 둥 “소국이 대국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둥 한국인 자존감 긁는 소리 할법한데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는 자본주의 미소가 전부다. 북한은 아예 입을 닫았다. 한복 곱게 차려입고 TV에 나와 “남조선 괴뢰 도당”이니 “서울 불바다”니 거품 물던 이모님이 보이지 않는다. 둘 다 머릿속이 복잡한 것 아닐까 싶다.
아직도 이재명 대통령의 사상이 의심된다면 ‘현무-5’나 ‘현무-6’를 품고 황해 바닷속에 조용히 몸을 숨긴 한국형 핵잠수함을 상상해보자. 국뽕 맞은 한국인 말고 중국이나 북한 입장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 이건 인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