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대·중기 상생을 위한 특허나눔행사

이형진 변리사

특허는 대기업의 기술 방패일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성장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산업통상부와 국내 대기업이 10월 14일 개최한 ‘기술 나눔 행사’에서 62개 기업에 77건의 특허를 무상 이전하기로 한 결정은 그 상징적 장면이다. 통신, 반도체, 화학, 스마트 의료까지 총 173건의 나눔 대상 기술이 공개됐고, 이 중 79건이 신청되어 77건이 실제 이전됐다. 기술과 권리가 데이터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의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행사는 대기업의 ‘유휴 특허’가 중소기업의 ‘성장 자산’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며, 기술격차 완화 및 상생이라는 공공의 목적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이 만나는 접점에서 출발되었다. 사례를 들여다보면 상생 효과가 더 선명해진다. 생체인증 기반 전자처방 인증 시스템,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디지털 동영상 보안, 반도체 결함 자동분류, 슬러리 재생장치 , 나노입자 제조용액 등의 특허는 곧장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실용적 특허들이다. 이와 같은 기술들은 B2B(기업 간 거래) 계약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고, 국내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즉, ‘공짜 특허’가 아니라, ‘알짜 특허’를 이전받은 셈이다.

그러나 제도가 오래 지속되려면 법률적 디테일을 놓치면 안 된다. 첫째, 무상이전이라도 이전기술과 파생발명 간의 권리 귀속, 공동개발 시 지분, 라이선스 범위가 명확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둘째, 특정 기업군에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는 오해를 피하려면 선정 기준과 사후 성과공유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특허 연차료, 해외출원 유지, 침해 대응의 책임을 어디에 둘지 사전에 정리해야 한다.

더하여, 실행 모델은 기술 이전부터 사업화 전략 수립, 자금 조달, 시장 검증까지 한 흐름으로 묶는 원스톱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행사는 수혜기업을 위한 기술사업화 전략 특강과 투자유치 컨설팅을 병행해 그 핵심을 잘 구현했다. 이런 구성은 권리 이전 직후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실제 현장 적용 속도와 활용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번 행사는 대기업은 기술, 중소기업은 시장이라는 오래된 역할분담의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이며, 특허를 담장 높이는 도구에서, 생태계의 공동 인프라로 변신시켰다. 계약과 절차는 투명하게, 사후지원은 풍부하게 진행해야 특허 나눔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산업 현장의 체질을 바꾸는 제도적 관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가치를 나누면 시장은 커진다. 기술의 선순환을 설계하는 일, 특허가 앞장서야 할 때다. 이형진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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