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은 학교가 아니라 병원이었다"… 인도 아삼, 국경 넘어온 ‘한국 인술’

▲인도 동북부 아삼주 미스미아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모여있다. (사진제공=국제종교연합 )

인도 동북부 아삼주 미스미아띠 초등학교 운동장이 하루아침에 병원으로 바뀌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전통 복장을 갖춘 주민들이 끝도 없는 줄을 서며 한국 의료봉사단을 맞았다.

불교·기독교·천주교 종교 지도자들의 연대체인 국제종교연합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의료진이 한자리에 선 모습은, 국경과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 그 자체였다.

국제종교연합 정여 이사장은 "인술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나누는 것은 약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현장 진료는 백내장 검진, 상처 치료, 의약품 배부 등으로 이어졌고, 200여명 주민이 진료를 받았다.

시력을 되찾은 노인, 눈시울 붉혀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안과 전문의)은 "시력을 되찾는 것은 세상을 다시 여는 일"이라며 백내장 의심 환자에게 검안을 직접 실시했다. 돋보기를 건네받은 노인은 “손주 얼굴이 이렇게 선명했던가”라며 눈시울을 훔쳤다.

약 배부를 맡은 임영문 목사(부산 평화교회 담임)는 "필요한 약 하나, 따뜻한 손길 하나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신요안 신부(부산 안락성당)는 “우리가 이곳에서 더 많이 배우고 있다”고 짚었다.

정오 스님(범어사)은 주민들과 허리 스트레칭, 손 씻기 교육을 진행하며 “몸을 세우는 것이 마음을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1회성 아니다”… 의료 넘어 교육으로 확장

정여 이사장은 “정기 의약품 지원, 백내장 수술 연계, 위생·보건 교육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종교연합은 이날 학생 200명에게 가방·신발·학용품도 전달했다.

새 신발을 품에 안은 아이들은 “땡큐”를 연발했다.

해가 지는 운동장에선, 움켜쥔 생필품보다 더 또렷한 미소가 번졌다.

정여 이사장은 “이 아이들이 내일을 조금 더 편하게 맞이한다면, 오늘 우리는 충분하다”고 했다.

인술은 국경을 넘었다.

아삼의 붉은 흙 위에는 ‘희망’이라는 처방전이, 조용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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