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대한리더십학회 고문)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세상의 변화는 사람의 변화를 가져왔고 사람의 변화는 리더의 변화를 가져왔다. 경험 많은 리더가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낯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모든 이론은 진화한다. 리더십도 이론이다. 그래서 리더십 또한 진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십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거창한 리더십 이론의 변천사를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리더십 이론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 강조되던 리더십 전략이 어떻게 변하고 진화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리더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 큰 능력이 있다. 예측력, 판단력, 실행력이다.
리더가 예리한 통찰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올바른 판단이 선행되어야 효과적인 실행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이 세 가지 능력은 합의 관계가 아니라 곱의 관계다. 하나라도 부실하거나 제로가 되면 전체가 망가진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최근에는 리더의 예측력, 판단력, 실행력은 더욱 중요하다. 이 세 가지 능력을 구성하는 요인들이 과거와 달라졌고 지금도 변화는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의 예측력, 판단력, 실행력을 구성하는 과거의 요인은 무엇이고 어떤 계기로 과거의 요인들이 딜레마를 겪게 되어 새롭게 진화하였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예측력의 진화. 과거 리더의 직급은 권력이고 직책은 권한이었다. 리더가 누렸던 권력과 권한은 몇 가지 전제에 의해 가능했다. 예를 들어 고급정보는 경험 많은 리더의 강력한 최종병기였다. 조직과 일, 그리고 인맥을 동반한 문제해결 능력이 리더의 권력과 권한을 보장받거나 추종을 가능케 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챗 GPT와 같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로 누구나 정보 확보가 쉬워졌고 정보 공유가 보편화되어 리더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떨어졌다. 리더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AI에 의존하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리더 또한 AI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며 AI를 잘 활용하는 리더가 경쟁력을 갖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리더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민첩하게 실행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리더가 아는 지식보다 세상의 지식이 더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둘째, 판단력의 진화. 리더의 경험은 경력이고 경력은 실력이던 시절이 있었다. 즉 구관이 명관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구관이 반드시 명관일까? 어쩌면 위험한 가정인지도 모른다. 현재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문제 해결이다.
문제 해결을 하려면 가장 먼저 판단을 잘해야 한다. 과거에는 경험 많은 리더일수록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장애요인을 정확히 판단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밑천이 두둑했다. 그러나 지금은 노련한 리더 한사람의 능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쩌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시도한 무모한 모험과 같다. 이제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따라서 리더는 과거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보다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선배에게 묻고 변하는 것은 후배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집단지성(collective genius) 기반의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선택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절이다.
셋째, 실행력의 진화. 과거에는 도전과 실험의 시대였다. 도전적이고 용감한 리더를 따르면 떨어지는 떡고물이 많았다. 다소 독단적인 리더라 할지라도 성과만 좋으면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불합리한 리더십에는 침묵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성장이 없는 추종은 철회되고 오히려 리더의 독단은 저항의 정당한 이유가 됐다.
헌신은 가능해도 희생에는 당당히 저항하는 시절이다. 저항의 형태도 진화하여 공격적인 저항보다 침묵이 더욱 치명적인 저항이 되었다. 구성원의 침묵은 복종을 위장한 저항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지뢰와 같다. 리더의 판단력을 흐리기 쉽다. 구성원의 몰입의 성장감에서 온다. 구성원의 몰입과 성장을 지원하는 권한위임의 진화가 구성원을 조력자로 만들어 실행력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변화는 리더가 결정하지는 못하지만 적응은 리더의 몫이다. 적응적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응보다는 적응이 우선이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감지하는 능력이 리더의 생존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살아남아야 기회도 있는 법이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대한리더십학회 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