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4000.’ 마침내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새 역사를 썼다. 1980년 코스피가 100포인트(p)로 시작한 이래, 45년 만에 도달한 이 경이로운 숫자는 우리 경제의 잠재력과 기술력에 대한 국내외의 확신이 얼마나 커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000이라는 숫자가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재점화와 같은 우호적 시장 환경과 저금리 전망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주요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으로 폄하하지만, 이는 지난 20여 년간 ‘박스피 2000’에 갇혀 글로벌 랠리에서 소외됐던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를 외면하는 지적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15%, 독일 DAX 22%, 일본 닛케이225 24%, 영국 FTSE100 18%, 홍콩 항셍 30% 상승하는 가운데 올해 코스피가 주요국 대비 압도적인 64%의 급등세를 보였다는 사실 자체가 ‘동반 상승’ 논리를 넘어선다.
한때 ‘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들었던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이 변화에 우선 박수를 보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급등의 배경에 정부의 명확한 목표와 정책 의지가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 정부와 금융당국이 증시 급락 시 추가 하락을 막는 단기 ‘대책’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장기적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권리 강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결정적 촉매제가 됐다.
이사(경영진)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자사주 원칙적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정책 드라이브는 주주 환원을 늘리라는 시장의 오랜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였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추진되자 일본이나 대만의 선례를 통해 그 결과를 알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먼저 반응하며 신뢰를 보냈다. 짧은 시간의 급등에 따른 거품 우려도 있지만, 하락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상법 개정 외에도 배당소득세 인하를 비롯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등 추가적인 정책들을 계속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장기적으로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를 촉진해 단기적인 조정(하락)이 오더라도 배당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중장기적으로는 매매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까지 성공한다면 한국 증시는 비로소 선진 자산시장으로 확고히 거듭날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정책을 펼치면서도 주식시장에는 대책만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정부는 주식시장에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코스피 4000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스피 4000은 마침표가 아닌 시작이며 이제 우리는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더 단단한 경제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계획과 실행에 집중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