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크게 낮췄다. 25억 원 초과 주택에는 대출 한도를 2억 원으로 제한했다. 실거주 2년 의무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빚내서라도 내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문제는 이 정책의 화살이 정부가 겨냥한 투기세력보다 오히려 서민에게 먼저 꽂혔다는 점이다. 집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고, 금리는 높은 상황에 대출까지 막히자 청년·신혼부부·직장인은 갈 곳이 없어졌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 정책을 주도한 고위 공직자들은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틈틈이 갭투자로 시세차익을 챙기고 있었다. 국민의 박탈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여기에 공직자들의 말 한마디는 국민의 상처를 더 깊게 했다. “15억 원 정도 아파트는 서민 아파트라는 인식이 있다”, “집값 떨어지면 그때 사라”는 발언은 현실을 외면한 채 국민을 무시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집값을 체감하는 국민의 삶과 정책 결정자들의 인식차가 너무 크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집값과 전세금은 치솟았고, 청년들은 내 집은커녕 전세 계약 연장조차 부담스러워한다. 그 앞에서 “그때 사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조롱으로 들린다. 공직자의 언어는 곧 국가의 태도다. 말 한마디가 국민의 신뢰를 세우기도,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투기 억제’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상적인 거래까지 꽁꽁 묶어버렸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가 강해지니 실수요자들은 거래를 포기하고, 매도자는 세금 부담에 발을 뺀다. 거래가 줄면 시장은 멈춘다.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데 거래만 줄어드는 ‘착시 안정’이 만들어진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은 썩어가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은 물처럼 흘러야 한다. 틀어막으면 고여서 썩는다.
결국 정책은 단속이 아니라 균형이어야 한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숨 쉴 구멍은 남겨둬야 한다. 시장이 완전히 멈추면 가장 약한 고리인 서민의 선택권도 사라진다.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안정이겠지만, 결과는 ‘움직이지 않는 불안’이 될 수 있다. 시장의 온기를 살리면서도 투기를 억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역사는 언제나 ‘시장 기능을 억누른 정책’의 부작용을 증명해 왔다. 1970년대 영국 정부가 주택가격 급등을 막겠다며 강력한 가격 통제를 시행했을 때, 결과는 공급 부족과 음성 거래였다. 사람들은 집을 팔지 않았고, 거래는 암묵적으로만 이뤄졌다.
반면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속에서도 시장의 숨통을 완전히 막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기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들어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정부가 되새겨야 할 말이다.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 제도보다 먼저 세워야 할 것은 희망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청년과 무주택자에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공직자의 언어는 따뜻해야 하고, 정책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숫자보다 마음이 앞서야 하고, 규제보다 신뢰가 먼저여야 한다.
시장은 억누를 수 있어도, 사람의 희망은 막을 수 없다.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마인드로 정책을 만든다면 이번과 같은 정책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대책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메시지다. 서민의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일, 그게 진짜 부동산 정책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