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구리 가격이 한 달 넘게 톤당 1만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최근 선물과 현물 모두 톤당 1만1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 25일 1만 312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히 1만 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구리 가격은 올해 초만 해도 대략 8000달러선이었다. 구리 가격이 이렇게 장기간 높은 가격을 유지된 건 처음이다. 구리는 산업의 바로미터로 불릴 정도로 경기 변동과 밀접해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때는 가격이 오르고 경기 침체 때는 내려가는 게 그동안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가 상승 사이클을 보이지 않는데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구리는 뛰어난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건축자재, 전기·전자제품, 기계 및 장비, 차량, 소비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4차 산업의 핵심 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구리가 최대 4배 이상 소요되며, 우수한 전기 전도성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구축에도 필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아울러 전력 소모가 많은 AI 데이터 센터의 효율적 전력 공급과 발열 문제 해결을 위한 냉각 시스템 등에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구리에 다른 금속을 결합한 구리합금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용 전기·전자 제품, 디스플레이, 5G 통신 모듐, 고성능 카메라, 의료·위생 분야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IUSGS), 런던금속거래소(LME),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2024년 기준 세계 구리 매장량은 총 9억 8000만 톤이며, 칠레가 1억 9000만 톤(19.4%)을 보유하며 1위이다. 이어 호주와 페루가 각각 약 1억 톤(10.2%)으로 공동 2위, 4위는 민주콩고와 러시아로 8000만 톤(8.2%) 순이자. 세계 구리 생산량은 2024년 기준 총 2300만 톤으로 1위는 칠레 530만 톤(23.0%), 2위 민주콩고 330만 톤(14.4%), 3위 페루 260만 톤(11.3%), 4위 중국 180만 톤 (7.8%) 등이며 세계 정련 구리 생산량은 총 2700만 톤으로 중국이 1200만 톤(44.4%)으로 1위이다. 2위는 민주콩고 250만 톤((9.3%), 3위 칠레 190만 톤(7.0%), 4위 일본 160만 톤(5.9%) 순이다. 구리 소비량은 2024년 기준 중국 1533만 톤(57.0%)으로 1위이며, 2위 미국 157만 톤(5.9%), 3위 독일 94만 톤(3.5%), 4위 일본 83만 톤(3.1%), 5위 인도 80만 톤(3.0%), 6위 한국 65만 톤(2.4%) 순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구리 수입은 2022년 235만9000톤, 2023년 219만8000톤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로 칠레, 파나마, 페루, 호주,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서 수입했다. 특이한 점은 중국에서는 정련된 구리 2240톤을 수입했는데 반면 69만1000톤을 수출했다. 그만큼 정련 기술이 뛰어나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구리 수급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계 구리 수급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주된 원인은 칠레, 민주콩고 등 주요 구리 광산의 가동 차질과 신규 프로젝트 지연으로 공급 부족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세계 최대 광산 생산국인 칠레의 지난 8월 생산량은 광산 사고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약 10% 감소했다. 칠레 국영 광산업체인 Codelco의 8월 생산량은 9만 2000톤으로 2005년 이후 월간 단위로 최저를 기록했다.
구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그린에너지 전환과 차량 전동화, AI 인프라, 전력망 현대화 등 첨단산업으로 탄탄한 수요 기반이 형성될 것이다. 반면 공급은 광산 채굴의 심부화 현상, 광석 품위 저하와 재활용 기술 수준 등으로 수요 부족이 지속할 수 있다. 아울러 아시아 최대 광물 보유국인 인도네시아는 올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구리 정광 수출 금지를 올해 말로 연기했으나 여건이 갖춰지면 바로 시행에 들어갈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이 같은 조치는 다른 구리 광석 생산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8월부터 구리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자국 생산을 촉진해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관련 국가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세계 정련 구리 생산의 43%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첨단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구리 수급의 안정적 관리는 필수적이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여러 시나리오를 전제로 공급망 다변화와 재고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구리는 재활용이 뛰어나므로 재자원화 및 스크랩에 대한 기술 확보 등 정책적 지원 강화가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