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위원회 마련해 방안 마련할 것"
"순기능도 봐줘야…외국자본에 휘둘릴 수 있어"

제 9대 사모펀드(PEF) 협의회장에 선임된 박병건 회장은 PE들의 책임경영이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투자 기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도록 협의회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국내 PE들이 국민 노후자금을 불리는 순기능도 있다며 PE에 대한 오해와 규제가 역풍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2일 PEF 협의회의 연차총회에서 제 9대 PEF협의회장에 선임된 박 회장은 이투데이와 만나 자신이 정통 PE맨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텔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인텔캐피탈에서 7년 근무 후 대신PE로 넘어와 12년째 근무하고 있다. 2014년 대신PE 대표에 올라 10년 넘게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회장은 "투자업을 시작한 곳이 VC였기 때문에 지금도 마음가짐은 VC에 가깝다"며 "PE로 넘어오기 전까지 PE를 부정적으로 봤지만, PE에 업무를 하다 보니 구조가 비슷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VC는 투자 기업과 동반 성장한다는 느낌이 강해 긍정적으로 인식되지만, PE도 구조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VC가 정책자금으로 운용한다면, PE는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위탁운용사(GP)는 기관투자자(LP)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운용하는데 LP들이 국민들의 노후 자금과 직결되는 연기금, 공제회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PE들은 투자기업의 가치를 키워 향후 투자금을 회수하면 LP들에게 높은 수익률로 출자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며 "PE들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먹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VC와 마찬가지로 국가 산업에 이바지하는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여 고용을 늘리고, 좋은 기업을 키워 산업 자체를 성장시킨다는 이야기다.
다만, VC는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는 만큼 바이아웃을 하는 PE들의 영향력은 클수 밖에 없다. 박 회장은 "기업 인수 후 직접 경영을 하는 만큼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영향력은 VC에 비해 큰 것은 맞다"며 "그만큼 PE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투자를 확산하기 위해 협의회 내에 관련 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도 섭외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PE의 순기능도 강조했다. 그는 "그룹사의 비핵심 사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정성도 있고, 추가 투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한 사업부를 PE가 인수해 기업가치를 키우면 비핵심 사업이었던 곳이 탈바꿈할 수 있다"고 말했다.
PE 역할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VC가 창업자를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면, PE는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투자자”라며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Great power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를 떠올린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경영권을 행사하고,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PE가 가진 힘은 막대하다”라며 “그만큼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했다.
최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매각 이슈로 사모펀드 업계 전반의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는 것과 관해서는 “일부 운용사들이 책임경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PE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기 때문에 책임투자와 사회적 책임이 핵심”이라며 하지만 일부 사례에서 그 부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여파로 전체 업계가 ‘먹튀’라는 낙인을 다시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 최근 추진 중인 PE 규제 강화 움직임과 관련해 국내 PE가 외국계 PE와 동일 선상으로 취급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시장을 잠시 들렀다 떠난 외국계 펀드들의 행태가 지금까지도 국내 PE에 대한 불신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들은 어디까지나 한국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만 봤을 뿐 산업 생태계나 고용 및 국민 경제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PE 전체가 수익률만 쫓는다는 오해를 받게 됐다”라며 “국내 사모 운용사는 국민의 노후 자산을 운용하며 국내 산업에 재투자하는 구조인데, 이들을 투기자본으로 규정하고 외국계 자본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PE가 국내 산업에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자금의 성격, 구조 등에 따라 안정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