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의 빈곤·고립’ 더 방치해선 안돼

김성희 코리아스픽스 연구위원/언론학 박사

이역만리 타국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흉흉한 소식들로 또다시 대한민국의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청년들이 캄보디아에 있는 중국계 범죄 조직에 유인되거나 납치되어 각종 범죄에 동원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미끼로 유인되어 신체적으로 결박되거나 감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쓰임이 다한 이들은 인신매매로 충격적인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소식은 꽤 오래전부터 도시 전설처럼 알려져 왔지만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 정부는 허둥지둥 캄보디아를 ‘여행위험지역’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 관례상의 문제, 범죄를 처리하는 한국 정부 부처의 내부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지금 캄보디아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청년들을 쉽사리 구조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캄보디아 사태로 ‘오래된 숙제’ 떠올라

이 와중에 캄보디아에서는 다소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캄보디아 언론들은 한국이 자국을 ‘여행위험지역’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관광업은 캄보디아의 산업 중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부 캄보디아인들은 “범죄 조직의 얕은 수에 넘어간 피해자들의 책임도 있으니 한국은 자국민들 교육이나 똑바로 시키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양가적 반응이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으로는 피해자들을 안타까워 하지만 이들을 나무라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피해 청년들의 지적 능력이나 인성의 문제로, 스스로 말도 안 되는 미끼를 물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전 국민이 공포와 분노로 들끓고 있는 사이 정작 우리나라 청년들이 왜 이런 수렁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고뇌하는 사람들이 부재하다. 굳이 캄보디아에 잡혀 있지 않더라도 여러 지표들을 봤을 때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여러 선진국의 청년들 중 가장 불행한 청년들이다.

이들은 절대적 빈곤은 아니지만, 주거 안정이나 가정을 이루는 등 삶의 기반을 다져가는 데에 상대적 박탈감과 결핍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의 48.6%가 생활 빈곤과 경제적 불안 상태에 있으며, 그중 30%는 앞으로 자신의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는 데에 희망이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정서적으로도 위태롭다. 국내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는 극심한 정서적 고립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전혀 없다고 답한 사람들이다. 이런 극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청년들은 자신 주변의 타인들과 깊고 밀도 있는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부로 밀려난 젊은이들 돌아봐야

정서적 고립과 경제적 빈곤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영국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청년들은 스스로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며, 이런 행위는 그들을 더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젊은이들에게 머나먼 타국의 두렵지만 달콤한 유혹은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삶의 벼랑 끝에 선 젊은이들을 또다시 비난과 멸시로 밀어낼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보듬고 끌어올려줄 방법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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