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유죄 판결 별개로 범죄수익 몰수⋯법안 국회 계류중
"재산권 침해 우려는 요건 강화로 최소화⋯도입 적극 고민해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형사사건 유죄 확정 이전에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 도입을 국회에 촉구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늘어나는 등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불을 지핀 것이다.
정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행 형사제도상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있어야만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자 환부가 가능하다"며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이 특정되더라도, 범죄자가 확인되지 않거나 해외로 도피해 기소할 수 없는 경우 이들이 취득한 이익을 몰수할 수 없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캄보디아 내 범죄의 주범과 자금 흐름을 수사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들을 체포해 국내로 송환하고 유죄선고가 나올 때까지 범죄수익 몰수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인의 유죄판결과 별개로, 해당 수익의 불법성과 범죄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면 법원을 통해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범죄수익 몰수는 당사자가 유죄판결을 받아야 가능하다. 독립몰수제는 범죄자가 유죄 판결 전에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경우, 해외 도피 중이더라도 범죄수익임이 확인되면 별도 절차로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 문제를 계기로 논의가 진행돼 온 상태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불거지면서 독립몰수제가 언급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정부가 캄보디아 범죄 사태 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동안 국회는 이들의 범죄수익을 신속히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제2, 제3의 캄보디아 사태를 막고,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독립몰수제는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독립몰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보이스피싱, 불법 온라인 도박, 마약 범죄 등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 신속하게 독립몰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헌정질서 파괴범죄자의 범죄수익 등에 대해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제기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도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달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독립몰수제 도입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부정하게 얻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은 사회 정의 원칙에 합당하다"며 "그동안 사기 등으로 재산을 빼돌려도 가해자는 가벼운 처벌만 받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 재산권 침해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몰수) 요건이나 절차를 강화해서 처리하면 된다"며 "원론적으로 부정한 범죄수익이 범죄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는 걸 통용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