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금은 ‘외환 안보’ 다질 시간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대한민국은 외환보유액 1조 달러 비축으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온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열 번째 외환위기를 맞았고, 2025년 파키스탄·스리랑카 등 10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위기의 원인은 다르지만 결말은 같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하고, 달러 유동성이 끊기면 국가는 무너진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환란’ 27년, 외환 구조 여전히 취약해

IMF의 교훈을 잊은 한국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대한민국은 외환보유액이 부족했다. 기업들은 과도한 단기 외채에 의존했고, 금융권은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자 환율은 2000원을 돌파했고,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했다. 국민은 금을 모아 나라를 살렸지만, 경제적 상처는 깊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외환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그러나 아직도 대비는 충분하지 않다. 다음과 같이 정부에 제언한다.

첫째, 외환보유액을 1조 달러까지 늘려야 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5년 8월 기준 4100억 달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3% 수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적정 기준 920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IMF가 제시한 최소 기준 7000억 달러보다도 낮다. 대만은 GDP의 77%에 해당하는 6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대만의 경제 규모는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외환보유액은 한국보다 훨씬 많다. 외환보유액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국가의 신뢰와 생존력이다. 외환이 부족하면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외국 자본은 빠져나간다.대한민국은 반드시 외환보유액을 1조 달러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 무역흑자가 발생할 때마다 외환을 축적하고, GDP 대비 7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외환보유액은 평화 시에는 부담이지만, 위기 때는 생명선이다.

둘째, 개인과 기업은 환율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197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은 200원에서 1400원까지 올랐다. 84% 확률로 꾸준히 상승해온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로벌 분산 투자다. 세계 시가총액에서 미국은 60%, 한국은 1.6%다. 국내 자산에만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의 우량주에 90%를, 한국 주식에 10%를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하면 원화 약세 시 자산가치 하락을 막고,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환율은 불안정하지만, 준비된 투자자는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

셋째, 한미·한일 통화스와프를 재체결해야 한다.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을 대신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보험’이다. 2008년 한국이 위기를 넘긴 이유는 통화스와프 덕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중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직접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요구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 중 90% 이상이 이미 미국의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에 간접 투자 형태로 묶여 있다. 이를 직접 투자로 전환하면 외환 유동성이 급격히 줄고, 위기 시 사용할 수 있는 달러가 사라진다.

외환 1조弗·통화스와프로 위기 대비를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지만, 외환 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도 충분히 비축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수준에 머무른다면, 또다시 1997년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

금융위기는 경제의 지진이다. 지진을 예측할 수 없듯, 금융위기도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대비한 나라는 무너지지 않는다. 외환보유액 1조 달러, 한미·한일 통화스와프, 그리고 국민의 환율 인식 전환이 바로 그 대비책이다. 경제는 곧 안보다. 달러가 무기라면, 외환보유액은 방패다. 대한민국은 이 방패를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가올 금융의 파도를 넘어설 수 있다. 위기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대비하면 이길 수 있다.지금이 바로 대한민국 ‘외환 안보’의 시간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