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로 갈수록 기업공개(IPO) 시장에 바이오 대기 물량이 두터워지면서 바이오 바람 재점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이클 핵심은 단순 스토리가 아니라 임상과 기술이전, 장비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증명된 성과가 흥행 분기점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IPO 절차를 밟고 있는 바이오 기업은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 △쿼드메디슨 △리브스메드 △카나프테라퓨틱스 △인벤테라 △리센스메디컬 △세레신 등 8곳이다. 업종과 기술이 다양한 만큼, 투자 포인트 역시 임상 단계, 기술수출(LO) 구조, 매출의 반복성 등으로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신약개발사 알지노믹스는 '초격차 기술특례 1호 상장사' 유력 후보로 꼽힌다. 알지노믹스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약 13억 달러(1조9000억 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약 연구 경쟁력을 일찍이 인정받은 바 있다. 알지노믹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206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며, 희망 공모가는 1만7000~2만2500원이다.
에임드바이오 역시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 원이 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IPO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계약은 올해 성사된 국내 바이오텍 기술수출 계약 중 단일 신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회사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바이오텍 바이오헤이븐에 기술이전을 했고, 5월에는 SK플라즈마와 기술이전 옵션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이목을 끌었다.
장비·제품 실적 기반 기업들도 눈에 띈다. 라이브셀 이미징 장비사 큐리오시스는 생명과학 연구 자동화 장비로 연구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직 적자 구조지만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35억 원으로 전년 동기(23억 원)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의료기기 '대어'로 꼽히는 리브스메드는 상하좌우 자유 회전이 가능한 복강경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주목받았고, 202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55∼78%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851억~1조3561억 원에 달한다.
투자자 선택 기준이 한층 엄격해진 가운데 단순 청사진이 아니라 기술이전 이력과 실적 등 입증 가능한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도 바이오기업 상장 심사에서 △원천기술 보유나 기술이전 실적 등 객관적 증거 제시 △자사 사업모델에 부합하는 핵심 경쟁력의 명확한 부각 △유효성 높은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한 집중적 설명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설득력 있게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변동성 요인은 유의해야 한다. 파이프라인 초기 기업은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수 있고, 임상 등록과 탑라인 발표 일정 지연은 즉각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마일스톤(기술료) 인식 시점에 따라 분기 실적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신주·구주 비중, 주요 주주의 보호예수, 기관 확약 수준 등 공모 구조에 따라 상장 직후 가격 안정성이 갈릴 가능성도 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준비 기업들만 봐도 이번 사이클은 데이터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며 "올해 형성된 기준선이 내년 상반기 IPO 대기 기업들의 평가 잣대를 사실상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