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절벽에 해외로 밀려난 청년들이 캄보디아 납치·감금 피해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냉혹한 고용시장과 사회 전반에 퍼진 한탕주의로 박탈감에 휩싸인 청년들이 범죄 집단의 미끼를 뿌리치지 못한, 구조적 난맥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전날 발표한 지난달 고용통계를 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은 45%를 조금 넘는다. 1년 전보다 0.7%포인트(p) 하락했다. 17개월 연속 떨어진 수치다. 무려 1년 반 가까이 하락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 하락세라는 것을 보면, 당시 만큼이나 고용시장의 그늘이 차갑고 어둡다는 의미일 것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공급되지 않고,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신입 채용의 문을 걸어잠근 영향이다. 고용시장을 나와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올해 2월 50만 명을 넘었다. 최근 그 수가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40만 명 선을 오간다. 이번 캄보디아 사태는 범죄집단이 자신의 공간과 기회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절박함을 '고수익 불법 아르바이트로'로 접근해 만든 최악의 악몽이다. 절박함은 지방 청년들일수록 더 극심하다.
젊은이들이 불법 일자리의 유혹에 빠지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국내 중소기업들은 젊은이들이 없어 허덕인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39세 이하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03년 47.7%에서 2023년 30.9%로 20년간 16.9%p 떨어졌다. 구체적으로는 30~39세 청년 취업자 비중이 9.8%p, 29세 이하 청년 취업자 비중은 7.0%p 뒷걸음쳤다. 그런데 2003년-2013-2023년 통계로 ㅗ그 흐름을 보면 30~39세는 27.2% → 21.7% → 17.4%로, 29세 이하는 20.5% → 14.5% → 13.5%로 내려앉았다. 중소기업 청년 취업 비중이 하루 아침에 나빠진 게 아니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는 이미 오랜 시간 천천히 악화했다. 임금과 복지 등의 격차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5년 상반기 규모·업종별 임금인상 현황 분석'을 보면 1∼6월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총액은 418만8000원이다. 기업 규모별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619만9000원으로 작년보다 5.7% 높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는 2.7% 올라 373만9000원에 그쳤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지난해 222만6000원에서 올해 246만 원으로 더 커졌다. 50대 초반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대기업 근로자의 42%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복지의 간극이 무서운 건 이들 격차가 악순화의 고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청년층이 이탈하는 현상은 중소기업의 인적자원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기업의 성장 악화와 청년층의 이탈을 낳는다. 기업의 성장이 정체된다는 의미다. 이는 또 중소기업 인력의 고령화를 부추기고, 기술 경쟁력까지 저하시킨다. 여기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한 글로벌 산업계의 급격한 변화까지 마주하고 있지만 알면서도 대응할 엄두조차 못 내는 게 중소기업의 현주소다. AI의 도입 여부에 따라 청년층의 중소기업 유입 정도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도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이번 캄보디아 사태가 청년의 냉혹한 고용 현실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파생된 극단적인 사태라면 중소기업의 고용 정책을 이제라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유연근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검토하고 청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인턴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 수준 높은 실습 기회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일자리 평가와 인센티브, 기업 환경 개선책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결하는 데에 정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30년 넘게 중소기업을 경영한 한 대표는 "젊은 친구들이 안 오는 데는 우리 잘못도 있지"라고 전했다.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성장과 번영을 위해선 스스로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